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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25. 2020

헤비메탈 대부의 현재

Ozzy Osbourne [Ordinary Man]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역작 <대부>(1972)에서 가장 아픈 신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일삼으며 마피아 세계를 주물렀던 비토 코를레오네가 손자와 놀던 정원에서 가차없이 쓰러지는 장면이다. 코를레오네는 그대로 죽음을 맞는다. 


사실 비토는 그 전에 마약 거래 제안을 거절한 탓에 자신에게 앙심을 품었던 버질 솔로조 일당에게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코를레오네의 내리막길은 가팔라졌고, 죽음은 늙은 조직 두목의 코앞에 성큼 다가섰다. 


헤비메탈의 '대부' 오지 오스본의 열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들으며 나는 비토 코를레오네를 떠올렸다. 그는 아직 손자 앞에서 쓰러지진 않았지만 한 자객으로부터 총격은 당한 상태다. 자객의 이름은 다름 아닌 파킨슨병이다. 


지난 1월 27일 오지는 그래미상 시상자로서 부인 샤론 오스본의 부축을 받고 지팡이를 짚은 채로 무대에 섰다. 하지만 오지는 예전의 오지가 아니었다. 그럴듯한 멘트는 고사하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거장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심각해보였다. 그는 이미 엘튼 존과 함께 부른 싱글 'Ordinary Man'을 내놓았던 상태. 'Ordinary Man'은 자신의 12집 제목이기도 했다. 건강이 나빠진 오지는 결국 2020년 '노 모어 티어스 2' 북미 투어를 취소하고 만다. [Ordinary Man]은 어쩌면 오지의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몰랐다. 



본인도 예감한 것일까. 오지의 새 음반은 마치 이것이 끝인 양 오리지널 곡들로 꾸민 자체 트리뷰트 앨범처럼 느껴진다. 랜디 로즈, 제이크 이 리, 잭 와일드, 제리 캔트렐, 거스 지에 이어 슬래쉬와 톰 모렐로가 기타를 잡은 것과 리 커슬레이크, 토미 앨드릿지, 랜디 카스틸로, 마이크 보딘의 스틱을 채드 스미스가 물려 받은 것까진 특별할 게 없다. 실(Gun) 가는데 바늘(Rose) 간다고 슬래쉬 옆에서 더프 맥케이건이 베이스를 퉁기는 모습도, 평소 오지가 존 레논과 비틀즈를 좋아했단 점을 감안할 때 엘튼 존이 첫 싱글에 등장한 것도 다 그러려니 싶다. 놀라운 건 'Straight To Hell'에서 찰리 푸스가 키보드를 치고 있다는 것이고, 지난해 가장 '핫'했던 포스트 말론과 말론 못지 않은 '대세' 트래비스 스콧이 오지의 노래를 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49년 전 블랙 사바스 시절 'Sweet Leaf'라는 곡에서 외쳤던 가사("올라잇 나우(Alright Now)")로 시작하는 것으로 오지는 여전히 헤비메탈을 잊지 않고 있음을 선언하지만, 저 막다른 손님들 명단을 통해 오지는 '하지만 결코 그 안에 갇혀 있지만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령 'Under The Graveyard'의 템포 체인지와 'Eat Me'의 헤비 그루브가 과거의 오지라면 펑크(Punk)에 담근 블랙 사바스 'It's A Raid'와 눅진한 트랩(Trap) 넘버 'Take What You Want'는 오지가 가까스로 감당해낸 현재다. [No More Tears] 이후 오지를 버린 팬들도 분명 있겠지만 [Down To Earth]와 [Black Rain]을 거쳐 [Ordinary Man]에 이르기까지 그가 음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진정성만큼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하겠다. 그러기가 벌써 19년이 됐고, 저 멀리 [Black Sabbath]부터 치면 무려 50년 세월을 그는 음악과 함께 살아남았다. 


오지는 음악적으로 아직 진화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진화는 생물학적으로 덜미 잡혀 있다. 진격과 후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메탈의 대부. 'Today Is The End'라는 노래 제목은 아직 오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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