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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01. 2021

일본 헤비메탈의 현재

Band-Maid [Unseen World]


도쿄지헨(동경사변)과 시이나 링고를 좋아하는 보컬/기타.

자신을 노래하게 만든 아무로 나미에와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하는 보컬. 

카를로스 산타나와 래리 칼튼을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펑크와 뉴메탈을 넘나드는 일본 믹스처 록 밴드 맥시멈 더 호르몬에 영향 받은 드러머.

비틀즈와 지미 헨드릭스부터 스매싱 펌킨스와 블러, 파즈 렌천틴(어 퍼펙트 서클, 픽시스, 즈완)을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무엇을 상상해본들 무엇도 얻을 수 없을 일본 록 밴드가 여기 있다. 그들 음악엔 놀랍게도 도쿄지헨의 냉소, 아무로 나미에의 창법, 산타나의 펜타토닉 스케일, 맥시멈 더 호르몬의 헤비니스, 스매싱 펌킨스의 옹골찬 기백이 정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행여 조야한 커버 사진 하나만 보고 섣불리 이 팀을 판단한 사람이라면 좀 더 긴장하고 앨범을 플레이 하는 것이 좋다. 


밴드-메이드를 세계적인 밴드로 만들어준 싱글 'Thrill' 뮤직비디오.


일본어 메이드(メイド)는 하녀를 뜻한다. 팀 이름 밴드-메이드(Band-Maid)는 그저 멤버들이 하녀 복장을 한 록 밴드이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밴드를 하고 싶어한 코바토 미쿠(보컬/기타)가 과거 메이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팀명이다. 코바토는 밴드 결성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던 기타리스트 토오노 카나미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였고, 카나미는 다시 지인이었던 히로세 아카네(드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아카네 역시 음악 전문학교에서 동문수학 했던 베이시스트 미사를 불러 들이면서 비로소 헤비메탈 밴드 밴드-메이드는 4인조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결성은 완성이 아니었다. 먼저 만난 네 명은 두 차례 라이브를 거친 뒤 “트윈 보컬”을 구상,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 중이었던 싱어 아츠미 사이키를 영입해 현재 라인업에 이르렀다. 애초 노래만 부를 운명이었던 코바토가 기타까지 잡은 건 “트윈 보컬에 트윈 기타까지 가면 좋겠다”는 당시 내부 의견에 따른 결과였다. 


이 영상 하나로 밴드-메이드의 라이브 실력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하녀 복장을 한 헤비메탈 밴드라는 밴드-메이드의 겉모습은 언뜻 걸그룹을 가장한 헤비메탈 밴드 베이비메탈과도 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베이비메탈의 ‘걸그룹’이 퍼포먼스와 보컬에 주력하는 반면 스스로가 발군의 연주 실력을 갖춘 주체적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는 면에서 밴드-메이드는 베이비메탈과 차별 된다. 


2014년 1월 데뷔 EP ‘Maid In Japan’을 발매한 이들은 이듬해 4월 유튜브로 공개한 ’Thrill’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Thrill’은 밴드를 세상에 알린 것은 물론 추구해 나갈 음악 색을 탐색 중이었던 이들이 향후 하드록/헤비메탈에 매진하리라는 선언이기도 했다. 결성 초기엔 팝록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이들은 해당 장르가 이미 많은 여성 록 밴드들의 주종목이었던 까닭에 드러머가 싱글 페달이 아닌 트윈 페달을 밟고, 기타리스트가 멜로딕 솔로 대신 테크니컬 솔로 쪽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밴드는 2015년 11월 두 번째 미니앨범 ‘New Beginning’을 발매, 다음 해 5월엔 일본 크라운 사를 통해 메이저 데뷔 앨범 ‘Brand New Maid’를 내놓고 미국, 남미, 유럽 등 세계 10개국에서 단독 공연을 치렀다. 


신작은 첫 곡 'Warning!'부터 휘몰아친다.


지금 당신이 들어볼까 말까를 고민 중인 이 음반 ‘Unseen World’는 지난 2019년에 내놓은 밴드-메이드의 3집 ‘Conqueror’ 이후 햇수로 2년 만의 작품이다. 혹 “들어보자”로 마음이 움직였다면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테크니컬, 멜로딕, 변칙’ 헤비메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극단의 질주감으로 온몸을 휘감은 첫 곡 ‘Warning!’부터 무시무시한 블래스트 비트로 휘몰아치는 마지막 곡 ‘Black Hole’까지, 당신의 안일했던 상상은 어쨌거나 무너지기 위한 전조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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