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ul 26. 2021

'대중'을 마중나가는 첼로

Lian(백윤정) '마중'


어떤 악기든 리듬과 화성, 주법, 고유의 음색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자아낼 수 있다. 슬픔과 기쁨, 환희와 번뇌, 분노와 좌절, 그리움과 쓸쓸함이 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의지나 기분에 따라 때론 과감하게 때론 수줍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첼로라는 악기는 조금 독특하다. 이 악기는 연주되면서 단 하나 감정에만 갇히지 않는다. 기쁘지만 쓸쓸하고 환희에 벅차 하면서도 슬플 수 있는 악기가 바로 첼로인 것이다. 밝은 웃음과 쓸쓸한 한숨이 교차할 때 첼로 본연의 맛은 비로소 고개를 든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엘가의 협주곡,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에도 첼로만의 그런 ‘다중성’은 알게 모르게 스며 있다.


첼리스트 lian의 왈츠 소품 ‘마중’도 마찬가지다.(‘lian’은 첼리스트 백윤정의 페르소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중나가는 설렘을 표현한 이 곡은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도 어울릴 듯 명랑한 피아노로 시작한다. 언뜻 인디 듀오 옥상달빛의 노래가 나올 것 같지만 10초 뒤 등장하는 첼로는 그 가능성을 조용히 밀어낸다. 그리고 한껏 들떠 있는 곡 주인공의 ‘마중’에 활긋기와 피치카토를 번갈아 이전까지 없던 침착함을 입힌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내가 앞서 얘기한 첼로의 특징이란 것이 바로 침착’이었다. 태생적 저음역대로 감정의 평정을 주문하는 첼로의 깊은 값어치는 이 산뜻발랄한 곡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전공한 클래식을 넘어 장르의 폭을 넓히려는 lian은 1분 35초에서 멈추는 이 아담한 소품 하나로 이제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대중’을 마중나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무진의 야무진 가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