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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30. 2024

성공적인 재즈 듀오의 공생

김주환, 유키 후타미




듀오는 단 두 사람의 호흡이란 점에서 여백이 많은 편성이다. 여백은 어감에서 헐거운 느낌을 동반하지만 그 안에 던져진 듀오는 그 여백을 채우기 위해 남몰래 분주하다. 긴장의 이완이 듀오의 긴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이 야릇한 역설. 싱어 김주환과 피아니스트 유키 후타미는 빙 크로스비가 부른 뒤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저마다 악기와 목소리로 해석해온 고전 ‘I Don't Stand A Ghost Of A Chance With You’를 통해 그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가볍되 얕지 않고 릴렉스한 느낌이면서 타이트한 힘도 거느려야 하는 이 과제를 두 사람은 빌 샬랍과 샌디 스튜어트의 스타일을 오마주 하는 것으로 풀어나간다. 두 모자(母子)가 재즈 팬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서정으로 이끈 그것은 배려와 관조를 통해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각자의 걸음걸이로 보폭을 맞추고 의식할 수 있을 만큼만 곁을 지키는 온기로 빌과 샌디는 곡 속에 웅크린 사랑의 열정을 다독였다.


김주환과 유키 후타미 버전의 경우 피아노가 떨구고 가는 침묵을 보컬이 어떻게 깨워 내는지, 또 보컬이 물러나고 피아노가 홀로 남겨졌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공허를 어떤 타건으로 보듬어 내는 지 귀기울여 보라. 어느 순간 빌과 샌디 모자처럼 여백의 역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생하는 두 사람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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