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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r 30. 2024

2020년대를 열어젖힌 슈퍼 싱글

'Blinding Lights' The Weeknd


한 꼬마가 묻는다. “와, 전기차 타세요?"

차 충전을 끝낸 위켄드가 황당한 듯 답한다. "전기차라니. 메르세데스-벤츠를 타는 거지."


그러곤 바람처럼 사라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전기차 브랜드 EQC. 위켄드의 저 한 마디에 농축돼 있듯 시대와 상황, 직업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세상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콘셉트로 벤츠 역사를 2분 22초짜리 영상에 담은 이 '간지'나는 광고에 흐른 음악이 바로 'Blinding Lights'였다. 위켄드의 다섯 번째 빌보드 핫100 1위 곡이었던 이 노래는 해당 차트 톱10에 무려 57주간(빌보드 신기록이다) 머물며 모두 증명된 2010년대를 닫고 새로이 증명될 2020년대를 열어젖혔다. 떠나간 연인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노랫말은 2015년부터 사귀다 헤어지다를 반복해온 모델 벨라 하디드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는 게 팬들과 평단의 중론이다.


위켄드는 자신이 태어나고 마감된(그는 1990년생이다) 80년대 대중음악을 늘 동경해왔다. 'Blinding Lights'도 마찬가지다. 이 곡은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에 영향 받은 창법부터 프로듀싱까지 철저하게 80년대를 향해 있다(이 곡에 이어지는 'In Your Eyes'와 'Save Your Tears'까지 3연타 팝 사운드는 앨범 'After Hours'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물론 그 80년대란 위켄드의 첫 믹스 테이프에 영향을 준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And The Banshees)나 칵토 트윈스가 아닌 아하와 왬!, 휴먼 리그가 결부된 일렉트로 신스팝 차원에서 80년대다.



빌보드가  지적했듯 구체적으론 마이클 잭슨의 'Beat It'에서  듯한 비트에 로드 스튜어트의 81  'Young Turks' 떠올리게 하는 신스 사운드가 그렇다. 미국 평론 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의 마이클 로프맨은 그중에서도 인트로 신스 리프를 로빈(Robyn) 'Dancing On My Own' MGMT 'Kids', M83 'Midnight City' 후크와 비교했다. 어쨌거나 위켄드의  노골적인 '80년대 바라기'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자신의  '레트로 마니아'에서 이야기한 내용,  집단적 자아를 북돋운다는 "복원형 노스탤지어"였던 동시에 개인적 성격도 띄었던 "반영형 노스탤지어"이기도 했다. 또한 이는 사이먼이 말한 레트로 감수성의 특징  하나인 "과거에서 재미와 매혹을 " "아이러니하고 절충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에 그대로 부합하는 것이었는데, 위켄드는 그야말로 자신이 흠모했던 특정 시대 음악에 매혹돼 그것을 재밌게 재창조해낸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세계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싱글 'Blinding Lights'와 앨범 'After Hours'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 한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른바 '그래미의 위켄드 홀대(배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중심엔 익명의 대중음악 산업계 중역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밀 후보 지명 위원회(Secret Nominating Committees)가 있다. 이들은 그래미를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demy) 회원 1만 여명이 참여한 1차 투표 결과를 추려 4대 주요 부문(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을 포함한 최종 후보를 승인하는 존재로, 사실상 시상식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 집단이었다. 당시 그래미 후보 발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위켄드는 "빌보드는 여전히 부패했다. 당신들은 나와 내 팬들, 업계 투명성에 빚을 졌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래미, 정확히는 '비밀 위원회'를 저격했다. 그는 '비밀 위원회'가 있는 한 앞으로 그래미에 자신의 음악을 제출할 일은 없을 거라는 보이콧 선언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63회째를 맞은 그래미의 이 '이상한' 후보 발표 결과는 "'Blinding Lights'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밝힌 엘튼 존을 비롯해 많은 동료 뮤지션들, 그리고 세계 각지 팬들과 음악 업계 관계자들의 공분을 사며 사태를 악화시켰고 급기야 '비밀 위원회'를 그래미의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잘 만든 싱글 하나가 세계적인 시상식의 틀을 바꿔버린 것이다. 한편 위켄드는 2021년 5월에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선 도합 16개 부문 후보에 올라 10관왕을 휩쓰는 괴력을 발휘, 그래미의 판단이 얼마나 상식 밖의 것이었는지를 에둘러 증명했다.


2022년 1월 7일. 위켄드는 지치지 않고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앨범 커버 사진은 좀 지쳐보이긴 한다). 제목은 활기와 피로가 공존하는 뉘앙스의 'Dawn FM'. 그는 이 작품에도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벅찬 다량의 장르들을 소환해 팬데믹 기간에 떠올린 자신의 아이디어 아래 줄세웠다. 그것은 위켄드의 표현대로 "EDM과 힙합, 그 외 세 가지 다른 스타일의 사운드를 한 곡에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말과 같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장르의 주역은 80년대 풍 댄스팝과 신스팝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역사를 다시 쓴 'Blinding Lights'는 도로에 갇힌 차량 운전자들을 빛으로 이끌 'Dawn FM'에 가장 강력한 영감이 돼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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