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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ul 27. 2023

대출 쫄보

어려서 돈에 대해 알려주신 건 엄마였다.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 원을 모았어요.>를 읽어보라 건네주시며, 스스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고 집안일을 도우면 500-2,000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동네 장터가 열리면 안 쓰는 물건을 팔고 번 돈을 저금했다. 당시엔 은행에 맡기는 것만으로 솔찬한 이자를 받았고, 엄마가 투자나 대출에 대해 알려주시지는 않았다. 이 개념을 알기엔 너무 어렸고, IMF 시절을 겪으며 대출로 망한 지인이 몇 있었던 게 영향을 줬을 거다.


그러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도 저축을 최고의 미덕, 은행에 빚지는 대출은 안 좋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나에게 대출이란 자기 소비 한계를 넘은 사람이 피치 못해 빌리는 돈이었다.


그러다 “대출도 자산이다”를 외치는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대출을 통해 의왕에 집 하나를 사뒀고, 그 덕에 결혼할 때 집 한 채가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이건 온전한 자산이 아니었다. 집 살 때 받은 대출금은 반 가까이 남아있었고, 집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8년 전 가격으로 내려갔으니 자산이 늘어났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신혼 전셋집으로 빌린 돈마저 2억에 가까우니 매달 이자+원금 갖는 금액도 200만 원이 넘었다. 의왕집 전세금이 나오면 신혼집 전세대출부터 갚을까? 했을 때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감당할 수 있는 빚은 그대로 두고, 신규 매물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 우리의 경제관념은 너무도 달랐다.


“난 이 빚덩이가 너무 부담스러워”

“규리 명의로 아파트 하나를 사려고 하는 건데, 우리가 여기서 나오는 전세 수익으로 벌 수 있는 이득이 더 크지 않을까?”


이미 빚이 많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집을 사려고 하는 이 상황이 다소 벌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직 완전히 설득되지 못했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해서만큼은 나보다 많이 공부하고 있으니 조금 믿어보기로 한다. 무섭지만 어쨌건 나도 집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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