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글쓰기

2024 전태일문학상 응모했었던 글

by 지혜를 캐는 서연

바쁜 부서에 있지만, 문득 생각날 때 문학공모전에 응모를 해 보곤 한다.

작년에는 이런 시들을 써서 응모했었다.

역시나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생각의 흔적들을 모아 놓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음식 배달 왔습니다!

눈 오는 저녁, 밥도 하기 귀찮은 날.

창밖으로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우리, 피자 배달 시켜 먹을래?”

“좋아!......어...근데 밖에 눈 많이 오는데,

오토바이 타고 오는 아저씨 힘드실 것 같아.

배달시키지 말고, 그냥 아무거나 먹자.”

“에이...안 그래.

음식 많이 팔아 주고 배달 많이 시켜야

그 아저씨가 돈을 벌고 좋은 거야.”

“그래?......그럼 그냥 시키자.

그래도 오는 길 미끄럽겠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여보세요. 네, 네. 네?

아이구...많이 다치진 않으셨나요?

음식이야 다시 기다리죠, 뭐.

네, 네. 알겠습니다.”

“왜?”

“응... 오토바이 타고 오는 아저씨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음식이 길에 쏟아졌대.

아저씨는 다행히 많이 안 다치시고 괜찮대.

음식은 다시 가져다 준대.”

“......”

아이 말을 들을 걸 그랬다.

다시 창 밖으로 눈 내리는 밤,

뜨거운 피자를 배달시켜 먹으려다

뜨겁게 데인 마음이 눈에 어리어...


클릭 한 번

“클릭 한 번에 다 해결됩니다.”

내가 클릭했던 것, 귀찮게 기억하지 마세요.

대신 기억해 드리겠습니다.

여러 번 귀찮게 단계 거치지 마세요.

한번에, 일사천리로 완료해 드릴게요.

내 검지손가락 클릭 한 번에

생산자, 도매상, 배송자

우루루루루루 우루루루루루

도미노 쓰러지듯 안 보이고

내가 신경쓸 건 없어

클리어!

화면 하나로 거기 매달려서 숨쉬던 사람들이 싹 지워지고

땀내 눈물 같은 지저분한 것들 깨끗이 없어진,

여기는 텅 빈,

24시간 연중무휴 플랫폼.


이번 결혼식에는

“다음 돌아오는 일요일에 결혼식을 한다고요?

그래요, 그래. 그날 마트 휴무니까,

오래간만에 얼굴 한번 봅시다.

일요일에 우리도 애들 데리고

가까운 데 놀러 갔다 옵시다.

그래요, 그래.”

“아이, 왜 마트는 일요일에 쉬는 거야.

직장 다니는 사람들 장은 언제 보라고.”

“미안해요, 미안. 마트 휴일이 수요일로 바뀌었어요.

결혼식엔 못 가겠어요.

얘들아, 미안해.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한단다.”

“일요일에 장 보니 편하네.

근데 이번 결혼식에는 이모가 못 오시게 됐다고 하데.

출근하셔야 한다나봐.”

“삑 삑 삑 삑”

쉴새없이 바삐 울리는 바코드 찍는 소리 가득한

일요일의 마트,

결혼식 못 오시는,

가족 나들이 취소한

이모 일하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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