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도 페이스북에 푹빠져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밤 그냥 별생각없이 자기전에 또 핸드폰을 켰고, 페이스북을 낄낄거리면서 아래로 내리다가 살짝 졸았는지 핸드폰이 제 얼굴로 떨어졌습니다. 욕을욕을 하면서 시간을 봤는데 그때가 새벽 두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였습니다. 당시 저는 군인이였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6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하는 사람이였습니다.
그날 전화기에 맞은 머리도 머리였지만 이건 진짜 아니다 라는 생각에 계정을 모두 없앴고, 당시 유행하던 카카오스토리도 모두 없앴습니다. 그게 2010년 정도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로 SNS는 가입도 해본적이 없고, 지금 학원홍보나 공지사항등을 올리려는 이유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기는 했지만, 솔직히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안하다보니 뭐가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곳에 쓸 에너지도 시간도 없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핸드폰보면 인스타 아니면 게임입니다. 아이들한테 인스타 계정을 삭제하면 늬들 등급이 분명히 1등급이 올라간다 하고 얘기를 했고 이건 여전히 유효한 제 생각입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오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인스타가 우리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의 교육이란 학과공부가 아닌 사회공부입니다.
이전의 오프라인 사회에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러 '실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이웃, 친척 등등 그 인원도 많고 다양했습니다. 그 안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예의, 규칙을 알게모르게 배울 수 있었고, 그게 잘 지켜지지 않을때엔 적절한 폭력이 뒤따랐던 시절입니다.
"이러면 안되는 구나" 하는것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던 시절이였죠.
"한마디로 그 네트워크속에서 나의 잘못된 행동, 잘못된 생각들이 고쳐지고 다듬어 질 수 있던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 표정 잘 못감추고, 하고 싶은 얘기는 해야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표현하는 성격의 사람입니다. 이건 본성이기 때문에 바뀌지도 가려지지도 않을꺼에요. 군대를 다녀오신 남성분들이라면 제가 얼마나 군생활이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실 껍니다. 그런시간을 지내다보니 저 역시 많이 유해졌음을 스스로도 느낍니다. 예전엔 참지 못했을 것을 한두번은 참게 되고, 열번 얘기할 것을 한두번으로 줄이고 이렇게 되어가는 거죠.
이것을 우리는 "사회화" 라고 표현합니다. 사회시간에 배운 바로 그 사회화 맞습니다.
사람은 유아시절에는 가정에서, 학창시절은 학교에서, 사회인이 되어서는 각자가 속한 사회, 조직에서 끊임없이 사회화가 이루어지며 성장하게됩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생각하는 SNS의 최대 악행이 드러납니다. 바로 알고리즘입니다.
내가 어떤 행위, 생각을 했을때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간에 SNS의 알고리즘 덕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끼리 자동으로 연결을 해줍니다. 내가 틀렸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대한 다른생각을 가진사람과의 (어쩔수 없는 교류라 할지라도) 교류를 통해 생각을 바꾸고 고치고 좀 더 건설적인 방법을 고민해 볼 그런 기회 자체가 박탈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대다수가 그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국경을 초월한 SNS의 파워는 여기에서 나오게 됩니다.
당장 내 주위의 100명중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은 고작 1~2명이지만 전세계가 연결된 네트워크에서는 그 인원이 수백 수천명을 넘어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상한 인간들과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나에 대한 생각에 적극 동조해주는 세상 수많은 이상한 인간들의 성원을 받게되고, 아직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는 아이들은 내 생각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고착화되어지죠.
내가 맞고, 세상 많은 사람들도 내가 맞다고 하는데 내 주위에 부모님 선생님만 나를 틀렸다고 하는것을 보면 결국 이건 내가 틀린게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이 틀렸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만남이란것 자체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겪은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점점더 심해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것이 아니라 SNS는 관련한 확증편향적인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그런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었습니다. 마크주커버그가 괜히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서 사과를 한것이 아닙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몇변 봤던 영상들과 연관된 영상들을 나에게 계속 제공을 하죠. 전세계가 양극단으로 가고 있는데에 이런 이유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있습니다. 부수적 피해가 아닌 적극적인 조장이라고 까지 생각이 들어요.
얼마전 유튜브에서 내가 본 영상을 기록하지 않도록 하면 아예 유튜브를 보지 못하도록 정책이 변경되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명약관화합니다. 그래야 페이지에 오래 남고, 광고단가가 쎄진다는 단순한 경제 논리죠...
저는 사실 이 문제를 거의 매일 겪고있습니다.
애들을 가르치고 있고, 바로 앞 스터디 카페는 시험기간만 되면 제정신이 아닌 학생들이 점령하다시피 합니다. 애들이 나쁘거나 못된놈이거나의 문제가 아니라(나쁜놈들도 있긴 한것 같지만) 그냥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배워먹지를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것이나, 남의것을 가져가면 절도라는것이나 뭐 그런것들이죠...
집사람과의 대화에서도 맘카페에 킥보드 자전거 분실이야기가 쉽게 보인다고 합니다. 뭐 남들도 그러던데 뭐~ 그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가 정말 어찌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이긴 하겠지만 가정교육의 부재, SNS의 발달이 지금 이 사회화의 과정이 무너지고 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일부의 사례라고 하기엔 지금 학생들은 이 부분이 너무나 많이 떨어집니다. 제가 꼰때가 되고, 이들이 뉴 노멀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글에서 소개드린 변화지 않는 것들에 비추어보면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사람의 관계를 맺는 방법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이 바뀌었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의바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의 할일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요새는 자기PR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낭중지추!" 그런사람들은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채가게 되어있습니다.
불평불만만 가득하고, 본인이 해야 할것은 하지도 않으면서 남이 잘하는것은 시기질투를하고 다른사람 욕만 하며 말끝마다 욕을 달고 다는 인간들을 대부분의 사람은 싫어합니다. 이건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변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속담같습니다.
"모난돌이 정맞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런 속담들 나이 40이 넘어가면서 정말 틀린것이 하나도 없구나. 괜히 고전(Classic)이라고 하는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