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마저 SNS식이 되어선 안됩니다.
수학학원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과외를 포함 10년이 넘었습니다.(학부모님 상담 경력이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우리 학부모님들과도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각기 다른 교육 철학과 양육 방식들을 접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몇 학부모님들의 여러가지 언행들이 머리속을 스쳐갔고, 다시금 곱씹어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예전에 비해서 지금 말씀드리려는 학부모님의 빈도가 확실히 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봅니다.
그것은 ‘보여주기식 자녀 교육’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입니다.
물론, 모든 학부모님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자녀 교육에 있어 ‘진짜 내 아이’를 바라보기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중심에 두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합니다. 마치 SNS에 잘 꾸며진 일상을 올리듯, 자녀의 삶을 부모의 사회적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딱 이표현이 어울릴것 같습니다. "자녀교육을 SNS에 올리는 것처럼 한다."
이른바 ‘나는 깨어있는 부모다’, ‘나는 권위적이지 않고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부모다’라고 말씀하시고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고 교육하고 있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아졌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자체는 참 좋은 방향입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는 분명히 중요하고, 과거의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훨씬 진보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인식이 현실 속에서 ‘가르치지 않음’과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그냥 안 시킵니다. 버릇없이 행동하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해도 “우리 아이는 원래 그런 아이이기때문에 존중 해야 해”라며 넘깁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반드시 배워야 할 예절, 인내, 사회성과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은 채, 방치되다시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것은 부모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 뒤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공부를 시키지 않으면 성적이 오르기 어렵고, 버릇을 잡지 않으면 사회에서의 관계 형성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키운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좋은 대학’,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나는 억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자발적으로 뭔가를 해낼 거야”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성장하는 아이는 드물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군가의 관심과 조율, 때로는 지도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특히 초중등 시기에는 말이죠.
‘자율’과 ‘방임’은 분명히 다릅니다. 깨어있는 부모란 아이를 방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제대로 사회화될 수 있도록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존중한다면, 그 존중은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아이들은 단지 지식을 습득하는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구성원입니다. 그 사회는 질서와 규칙, 협력과 공존을 필요로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그런 사회적 틀 안에서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 번째 길잡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부모’란, 아이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말로만 ‘아이를 존중한다’고 하지 않고, 실제로 아이가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옆에서 함께 성장해주는 사람이죠.
많은 학부모님께서 학창시절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당연한 이야기 “진정한 자유란,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아이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면, 그 자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혼란이 될 뿐입니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되, 책임지는 법도 함께 가르쳐라."
장 자크 루소 <에밀>
학원을 운영하면서 저는 가끔 이런 부모님들을 만납니다. “저희 아이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해요. 강요하지 않으려고요.” 라고 하시지만, 정작 아이의 학업 성과에 대해선 꽤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하십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모순되는 태도입니다. 아이가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를 원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담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결과에 민감하다면, 과정에 대한 조율과 피드백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교육은 단지 학업의 성취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세상 속에서 제 몫을 해내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보여주는 태도는 그 아이의 세계관과 인간관계, 삶의 자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더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 깨어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사회 속에서 균형잡힌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사랑과 훈육을 균형 있게 이어가는 사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