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분명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저와 비슷한 교육 업계에 계신 30세 원장님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늘상하는 주제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애들이 공부안한다. 시험기간이 왜 이모양이냐 등등등~~
그리고 원장님들의 단골주제가 나왔습니다.
"요즘 사람을 쓰기가 너무 어렵다."
정말 매번 하는 이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에게는 예상치 못한 큰 깨달음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지금 40대 중반을 지나 이제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입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끼인 세대’라는 표현을 씁니다. 위로는 50대, 60대 이상 윗세대에게는 야근은 물론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심지어 맞기까지 하면서 배워야 했고, 소위 ‘깨지는’ 경험 속에서 사회생활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로 들어오고 있는 20대, 30대 후배 세대들에게는 무슨 말도 못하고, 도리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일을 대신 떠안는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느꼈죠.
사실 저도 동일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세대는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 한가운데에서 허리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혹독한 경쟁과 희생을 감내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세대라고요. 저와 연배가 비슷한 학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감히 유추해봅니다. 이는 아직 군생활을 하고 있는 제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30대 원장님과의 대화에서, 저는 전혀 다른 시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긴 이야기를 정리해서 써봅니다.)
“원장님 세대는 사실 운이 정말 좋은 세대입니다. 2000년대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는 대한민국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은 시기였고, 세계적으로도 IT 혁명과 글로벌 경제 호황의 혜택을 봤죠. 물론 힘들게 일한 건 맞지만, 그만큼 보상이 있었고 자산 축적도 가능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희망이 없는것 같아요.”
처음엔 순간적으로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더라구요~
사실 저희가 30대였던 시절, 주택 가격은 지금처럼 하늘을 찌르지는 않았고,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열려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물론 제가 그 기회를 잡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ㅠㅠ)
무엇보다도 ‘노력하면 된다’는 공식이 여전히 큰힘을 발휘했었던 시대는 맞아요.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일을하고 회사에 기여를 하면 높은자리에도 올라가고, 돈도 많이 벌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어떤가요?
그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디지털 기술에 능하며, 다양한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지만, 그들 스스로도 이런 말을 종종 합니다.
“노력해도 뭐가 안 돼요.”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제게 뭐가 남죠?”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희망이 없어진 시대'구나...
저는 지금까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그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책임감이나 태도 면에서 아쉬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원장님도 격하게 공감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그들이 처한 '희망이 없는 시대' 라는 무게가 깔려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윗세대는 어떨까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다 닦아놓은 인프라에서 너희는 얼마나 편하게 사는 줄 아느냐”며 지금 40대를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 ‘꼰대’ 소리를 듣는 게 억울하지만, 우리 역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체험한 세대이고, 그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는 너무 낡은 기준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대화를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의 갈등은 결국 각자의 입장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기가 ‘황금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존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상대적일 뿐,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열린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모든 세대가 언제나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젊은 세대가 너무 무책임하게 행동하거나, 일부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다름을 대화로 풀지 않고 흑과 백의 논리로 서로를 단정지어버리는 태도’에 있지 않을까요?
이번 경험은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뱉었던 말,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후배 세대와 이야기할 때, 좀 더 열린 시선과 존중의 태도를 가지고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세대 갈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분열의 코드’가 아니라, ‘이해와 대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 있는, 한 시대를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처럼 솔직하고 따뜻한 대화를 계속 나눌 수 있다면, 서로를 향한 오해도 점점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그 대화하는 상대가 말이 통하는 상대여야 한다는 점이 큰 허들이겠네요....ㅠㅠ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들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남을 있는그대로 인정하고 그사람의 의견은 받아들이려는 능력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사람들 요새 참 만나기 어려운것 같거든요~
그런 깨어있고, 대화가 가능한 원장님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시간입니다.
네, 식사는 제가 계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