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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쓸모없는 시험인가

by 곰선생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사견임을 밝힙니다.


어제부터 SNS에 갑자기 수능무용용론이 피드에 쓰고 있다.

아마도 발단은 아래 기사 때문이였으리라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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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손주은씨 영상까지 소환하며,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니다.



작년 생각이 났다. 한 유명 교육 인플루언서의 블로그에 MBC 다큐멘터리 "교실이데아"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한 글에서 댓글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당시 저 다큐멘터리의 PD까지 등판해서 의견을 나눴고, 그런데서 절대 안빠지는 깐족충이 하나있어 똑같이 깐족댄 기억도 있다. (나 성격 참 별로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며, 과연 수능이 불필요한 시험인가에 대해서 다시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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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MBC 다큐멘터리 <교실이데아>에서는 "수능은 대학의 박사들도 풀지 못하는 시험이고, 현실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식의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다. 방송은 다소 극적인 연출을 통해 수능의 무의미함을 부각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오늘 본 저 기사도 동일하다.


나도 수능이 완벽한 시험이고 현재 대한민국의 대입이 완전한 제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완벽한 입시제도라는것이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 다큐도 결국 IB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다큐였다고 생각한다.)


그럼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정리해 본다.


1. 시험은 무엇인가?

시험이라는 제도는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다. 그리고 그 검증 과정에는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성실성, 꾸준함,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이 함께 평가된다.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 조차도 "수능 수학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시험이 단순히 수학적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맞추어 성실하게 준비하는 태도와 노력을 본다는 뜻일 것이다.


만약 다큐나 저 기사의 총장님이 고등학생들처럼 1년 동안만 수능을 목표로 꾸준히 훈련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높은 확률로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박사가 못 푼다 = 시험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해진다. 막말로 실제 저 시험을 보도록 한다면 수능과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또는 다른과목)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 노회한 박사급을 시험장에 불러오면 안되고, 수능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나 강사를 데리고 시험을 치르게 해야 더 정확한 비교가 아니였을까?

시험은 애초에 해당 연령과 학습 단계에서의 집중력과 성실성을 검증하는 목표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이소연 박사님도 이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언급을 하셨다.


그리고 거꾸로 생각해보자 저 총장님은 수능도 아니고, 학력고사를 치르셨을 것이다. 그 시험 암기만 하면 되는 시험이였다. 그리고 지금 나이드신 법조인, 의사들 모두 그 학력고사를 잘 본 사람들이고, 없어진 제도인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그래서 지금 엉망이라는 것인가?(맞을 수도.....ㅡ.ㅡ)


이런 이야기 난 오래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반론을 들어본적은 없다.



2. 성실성의 본질

나는 수능의 가장 큰 의의중에 하나가 바로 '성실성의 평가'에 있다고 본다. 전국 단위의 동일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결국 "이 학생이 얼마나 꾸준히 학업에 임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성실성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중요한 자질이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


물론 요즘 학생들을 보면 꾸준한 성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 환경은 학습을 방해하는 유혹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실성을 길러내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3. 수능시험이 지식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소리인가?

여기서 한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수능이 과연 학생의 학습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일부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은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특정한 풀이 요령을 알아야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특히 내가 직접 지도해온 수학 영역만 보더라도 수능은 학생들의 학습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매우 정교한 시험이다. 수능 수학 문제들은 단순 암기나 기계적인 풀이로는 풀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교과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종합적 사고를 요구한다.

또한 해가 갈수록 단순한 꼼수 풀이가 통하는 문제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진정한 개념적 이해와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을 오랫동안 가르쳐온 교사나 강사라면 이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수능 문제는 복잡한 계산을 끝까지 수행해내는 끈기와 집중력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다. 누구나 원리를 이해하면 접근할 수는 있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시간 압박 속에서 끝까지 풀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 지식 암기를 넘어, 학생이 가진 진짜 학습 역량과 사고 체계를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은 여전히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적어도 학교선생님 한두분의 시각에서 출제하는 내신시험들에 비해서는 매우 좋은 문제들이고, 많은 요소를 평가 할 수 있는 현재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시험중엔 최고의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4. 수능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말하지만 나는 수능이 완벽한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능이 다면적인 교육적 성과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IB 같은 다른 시험 체계나, 독서·논술 중심의 교육 과정은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 데 더 나은 면이 있다. 수능이 가진 객관식 중심의 구조와 암기식 접근은 한계가 있으며,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영역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능이 무의미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과도하다. 수능을 통해 학생들이 얻게 되는 것은 단순히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학습하며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경험이다. 이 안에는 분명히 학습적인 부분이 크다.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식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등등... 혼자서 못하면 학교 선생님과 함께, 아니면 학원에서, 인터넷의 일타 강사라는 사람이 그 과정을 도와주지만 실제 그것을 해내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학생 본인이여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것이 바로 수능시험이고, 이러한 준비과정은 사회에 나가서도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맡아도, 연구를 수행해도, 결국 일정한 기간 동안 성실하게 몰입하는 힘이 없다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수능은 학생들에게 그 훈련의 장을 제공한다.



5. 강사로서의 시선

나는 수학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수능 문제 하나하나가 직접적으로 인생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꾸준히 성실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수학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배웠던 수학적 개념들이 얘기하는 진짜 의미는 무었이였는지를 아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험 점수는 순간의 결과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쌓아온 과정은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남는다.


시험의 효용을 단순히 '문제 자체의 쓸모'로만 재단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시각이다. 수능의 가치는 학습을 하면서 얻는 시식과 더불어, 문제를 풀면서 만들어진 습관, 사고력, 태도 속에 숨어 있다. 그렇기에 나는 수능이 여전히 의미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교실이데아〉 같은 프로그램이나 위 기사처럼 수능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 그래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쓸모없는 시험'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수능은 완벽한 제도가 아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성실성과 꾸준함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자, 우리 사회가 일정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나는 강사로서 아이들이 수능을 통해 얻게 되는 성실성과 집중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믿는다. 언젠가 이들이 사회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갈 때, 수능을 준비하며 배운 성실함은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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