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폭우가 쏟아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하루였다. 개인전도 아닌 달랑 한 점을 전시 한다는 소박한 제 글만 보고 약속한대로 정말 관람와주신 분들을 만나니 그자리에서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초면이었지만 어색한 3초만 지나면 금세 친근감이 생기는건 또 무슨조화일까? 그림이 매개체가 되어준 것일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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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간에 맞춰 제일 먼저 찾아주신 @sexywolfman 님. 알고보니 저보다 찐부캐로 활동하시는 사진작가님이셨다. 단체전도 준비중이시고 은퇴하시면 카페를 운영하실 계획이라 하시니 내 입이 떡 벌어졌다. 거기다 작은 선물까지 주시는 센스까지. 이제 질세라 준비한 신간 한 권과 그림엽서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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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시 갤러리로 들어서자 마자, 피드에서 본 낯익은 한 분이 계셨다. 바로 @chelsealovelyj 님.
수줍게 인사하고 밝게 웃어주시는 모습이 아직까지 선한 분이셨는데 제 그림 보고 여자분인줄 알았다고. 이런 말 자주듣는거보면 확실히 내 안에 나와 다른 성을 가진 분이 있는게 확실하다.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시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신다고 하니 내가 준비한 선물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너무 좋아하셨고 마음같아선 탈탈 털어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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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한 분 @kw._.j._.24 님.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친분이있는 분의 아드님으로 평소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아 제 전시에 와준 고등학생이었다. 내 그림 스타일과는 다른 웹툰 쪽이지만 일러스트페어도 자주 들리고 여러 작가님도 알고 있다는 말에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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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을 다니며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부터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게 되었는지 등을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그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싶은지 비교적 명확하게 내게 말해주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그 가 가진 가능성과 기회라는 바다가 망망대해 처럼 펼쳐져있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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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발버둥을 쳤지만, 확실한 방향키가 없었고, 가능성으로 무장한 자신을 믿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