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치료제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쓰다보면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난다.
여기엔 환자도 있고, 환자의 보호자도 있으며 KOL(Key Opinion Leader)들도 포함이다.
내가 기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사회적으로 약자이자, 정보가 부족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
인터뷰는 이러한 나의 생각의 연장선이다.
그중에서도 나에겐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
내가 만났던 미국 콜로라도 소아병원에서 온 L교수는 소아 백혈병 치료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오전 10시에 나와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던 그 날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겨우 낸 시간이라고 들었다.
타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때문에 L교수도 긴장한 듯 했지만, 신중하게 내 질문에 답을 해나갔다.
어느정도 기사에 쓸 내용이 확인되자, 나는 마지막으로 분위기 쇄신 겸 L교수에게 기억에 남는 환자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인터뷰 중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치료제 투여를 시작한 이후 2주만에 관해에 도달한 6살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에게 삶과 희망을 되찾아 주는 것', 이것이 그의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콜로라도 소아병원에서 6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그 소아환자는 그 동안 가족들이 치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수 차례 재발을 경험했다. 콜로라도 소아병원에 내원했을 때에는 거의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 삽관을 통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신체 기능이 떨어져 휠체어를 이용했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많이 악화돼 있었고, 내원 전 3달 간 두 차례나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감염도 심각했다. 또한 그동안의 항암치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소아환자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소아 신약의 투여로 6살 아이는 처음으로 땅을 밟고, 식사를 제대로 하게 됐다. 그 모습을 본 환자의 가족들은 L교수에게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해 했다.
"그들은 나의 치료로 우리 아들이 돌아왔다고 했다. 환자 본인도 잘 놀고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잘 회복해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것이 신약 치료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L교수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내 질문에 답을 마치고, 통역사가 말을 할 타이밍이었지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모두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먹먹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L교수가 보여준 소아 환자의 환하게 웃는 사진은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L교수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로서 아름다운 행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L교수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다시금 다짐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정말로 단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