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원정길에서 지치고 힘든 병사들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식수가 모자라 모두가 탈진할 지경이었다. 우선 리더부터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부하 한 명이 먼 곳까지 달려가 어렵게 물을 찾아내 그 물을 길어다 바친다. 갈증이 심했을 젊은 리더는 그 물을 바가지 채 버렸다. 아까운 물을 버리다니......
부하들은 감동했고 혼자 갈증을 덜기 위해 목을 축이기보다 물을 버린 리더의 희생을 본받아 너끈히 갈증을 참았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원정대 전부가 다 마실만한 물이 있는 곳으로 있는 힘을 다해 행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얻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다. 그의 스승은 서양철학의 거목 아리스토텔레스다.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위대한 대왕이 태어났을 것이다. 아마도 이 둘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제지간이고 철학과 정치에서 세계사에 큰 이름을 남겼다. 서양철학사의 비조는 헬레니즘 문명의 꽃을 피울 왕재를 길러낸 것이다.
자기희생이 없는 리더는 그저 탐욕스러운 우두머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로 새 출발 하는 얼굴들이 그 화려함만을 좇다 좌초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세금 루팡이 아닌 지역에 낮은 자세로 스며들 마음으로 일하는 공복이 많을수록 세상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정치가 예술이 되는 지점은 탐욕을 누르고 자신을 위한 한 바가지 물을 버릴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오지 않을까. 지인의 당선사례 인사를 듣고 스쳐간 생각이다. 승리의 꽃다발을 받아 든 이들 중에 오만과 독선의 늪으로 가는 이보다 알렉산더의 품격에 가까이 가려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지천에 활짝 피었던 목련은 해마다 이맘때 숱한 위정자들에게 화무십일홍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