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에서 빠져나와 자신과 대비되는 이상적인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마다 있을 수 있는 순수하고 고유한 '사랑'이란 감정의 실체에 대해서는 회의하는 입장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이나 르네 지라르 같은 이들은 인간의 욕망은 매개된 것이라고 본다. 즉, 고유한 욕망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랑의 감정까지. 그런 점에서 알랭 드 보통과 맥락이 닿아있다.
예술품은 불완전한 인간이 구현한 영원의 세계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 투사하듯 작품구입으로 대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매개된 욕망이다. 이른바 '셀럽'들이 구매하면 그 상품이 품절되기도 하듯 미술품도 유명인들이 구매하면 욕망을 그 명사에게 '매개'한 컬렉터들이 덩달아 사려고 한다.
실제로 일부 미국의 갤러리스트나 작가들은 조금 낮은 가격에라도 유명인에게 특정 작가의 작품을 사라고 권유하고 그 셀럽의 구매를 계기로 작가의 작품 가치를 올리기도 한다.
마돈나는 프라다 갈로 작품을 다수 보유한 컬렉터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가고시안 갤러리의 주요 컬렉터로 유명 화가의 작품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레오나르도'라는 이름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에도 따 왔다고 한다. 그의 엄마가 다빈치 그림을 감상할 때 태아가 뱃속에서 발길질을 한 것을 느끼며 즉흥적으로 부부가 아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니 미술과의 인연은 꽤 오래된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의식, 무의식의 욕망은 현실의 여건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기에 미디어가 우리의 시선을 한 시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경우 욕망을 유명인에게 투사하고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이건희 컬렉션'의 여진으로 매스컴에서 삼성가나 이건희 전 회장의 예술적 안목을 재조명했다.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취향도 누군가에게 투사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 예술에 대한 건강한 심미안과 욕망이 반사되어 많은 애호가들이 명작을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마크 로스코의 단순한 '레드'에 앞에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매개된 욕망일까. 연극이 끝나기 전에 로스코를 만날까 한다. 어떤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