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에서 일할 때 당시 귀족들의 교양이었던 라틴어를 몰랐고 배움이 적다고 구박을 당하는 처지였다. 그가 아무리 회화와 다양한 분야에 능해도 귀족들은 그의 신분을 천시하며 라틴어도 모르는 무지랭이라며 대놓고 무시했다. 그렇지만 이 천재는 자연에서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부단히 찾아가는 자신의 가치를 알았다. 스스로를 앵무새처럼 라틴어로 된 고전을 읊조리며 타고난 신분으로 거들먹거릴 줄만 알지 새로운 것이라고는 제 손으로 해내는 것이 없었던 귀족보다 우월하고 훨씬 창의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내면 깊은 곳의 자존감을 지켰다. 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아 곁눈질과 독학으로 라틴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실력도 갖추었다. 사생아에 동성애자라는 달갑지 않았던 경력이 발목을 잡았던 어린 시절을 견디고 나니 신분사회의 높은 벽은 여전히 그의 자존감을 짓밟을 태세였다. 그렇지만 담쟁이처럼 그 벽을 올라가 나중에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로 거듭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다.
진정한 예술가는 어떤 이를 가리킬까. 온 정성을 다해 과거의 곡을 능숙하게 연주해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도 예술가의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뭔가 새로움을 찾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후대에 남기려는 자세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예술가에 가깝지 않을까.
현존하는 최고의 독일 가곡 테너이자 해석자로 불리는 이언 보스트리치는 슈베르트의 삶을 다양한 사료를 동원해 들여다보며 깊이 있게 다룬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썼다.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테너 가수가 된 보스트리치의 지성이 빛나는 역저다. 책의 에피소드 하나를 살펴보자. 슈베르트는 술집에서 연주자들과 실랑이가 붙었고 예술가를 자처하는 연주자들이 작곡가 양반 우리들을 위해 곡을 써달라는 투로 비아냥대자 이렇게 쏘아붙인다.
예술가? 너희들은 그냥 음악 하는 일꾼이야! 그게 전부야! 한 명은 나무 막대기가 달린 금속 마우스피스를 불고, 다른 한 명은 뺨을 부풀러 나팔을 불어대지! 그런 걸 예술이라고 부르나? 그건 거래야 돈 버는 재주지. 예술가라니!...... 고작 나팔 불고 현이나 그을 줄 아는 주제에! 나는 예술가와 세상 모두가 알고 이야기하는 프란츠 슈베르트! 너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지! 예술가들은 바로 나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야. 벌레 같은 너희들이 아니라....... 꿈틀꿈틀 기어 다니는 버러지들은 마땅히 내 발로 뭉개버릴 태다! 별을 따다가 손을 뻗은 사람의 발로!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치 저,
장호연 역, p. 455
다분히 감정이 섞인 욕설도 있지만 예술가 슈베르트의 대단한 자존감이 엿보인다. 남몰래 실연의 고통과 생활고로 시름을 달랬을 청년 슈베르트는 몹쓸 병을 얻어 요절했다. 이 슈베르트의 미완성의 삶 또한 예술의 본원적 슬픔 같은 것을 보여준다. 미완성교향곡처럼 짧았던 그의 삶은 겨울나그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에는 보석 같은 예술이 숨어있다.
(354)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 Der Lindenbaum(보리수) | Winterreise No.5 | F.Schubert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