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았던 길의 발견

예술가의 용기

by 호림

7년 전 어느 날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도 살 수 없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도 갈 수 없고,

내가 원하는 것조차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말하는 것까지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 조지아 오키프


누구나 삶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극심하게 고민하는 시기는 찾아올 것이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여류화가로 꽃그림으로 자신의 그림세계를 인정받았던 조지아 오키프에게는 삶의 큰 변곡점이 찾아왔다. 후원자이자 남편인 사진작가 스티클리츠와 사별한 후 현대미술의 본거지이자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뉴욕을 떠날 결심을 했다.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홀로 화실을 꾸려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 현실에 투항해 그저 주워진 일을 소극적으로 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게으르면서 남 탓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불평할 시간이면 실제로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일을 준비하던지 주위를 설득하라고 한다. 불평은 돌멩이 하다도 움직이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있다면 바꿔라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자세를 바꿔라.

불평하지 마라.

- 마야 안젤루

예술사에서 용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전공분야도 아닌데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작업을 수락한 것이다. 다비드상이나 피에타 같은 걸작으로 인정받는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지만 회화는 전공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라는 것은 교황의 명령이었다. 그렇지만 천하의 파가니니에게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라고 한다면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런데 4년간 천장에 매달리다시피 해 대작은 탄생되었다. 아마도 무리임을 알고도 밀어붙인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용기가 새로운 천지를 창조하게 했을 것이다.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변곡점에는 항상 큰 용기를 가진 화가들이 있었다. 세잔, 마네, 모네가 주도가 된 인상파 운동은 사실 낙선 작가들이 새로운 화풍을 만들고자 시작된 것이다. 브라크, 피카소가 주도한 입체파는 회화의 온건한 '재현' 개념을 비틀어서 생각할 수 있는 큰 용기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The most courageous act is still to think for yourself aloud.

- 코코 샤넬


사진 기술의 발전은 화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을 것이고 새로운 용기가 없으면 독창적인 그림은 사랑받기 힘들다는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붓질도 현실을 사진만큼 충실히 재현할 수는 없었다. 현대미술의 큰 줄기는 '개념미술'이 차지한다. 얼핏 "저 정도면 나도 그릴 수 있지" 아니면. "저게 무슨 예술이라고" 하는 말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생각보다 '0' 이 한 두 개 더 붙어서 거래가 된다. 아마 정교한 기술과 솜씨에 대한 보상보다는 그 개념을 생각해내고 용기 있게 실현하고 인정받은 대가가 아닐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라면 마르셸 뒤상이 수석 감이다. 실제로 뒤샹은 데생 솜씨도 그렇고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용감하게 기성의 관점을 바꾸는 시도에는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용기가 넘쳤다. 데미안 허스트도 학창 시절 미술과목 낙제생이었지만 현대미술 최고의 우등생이 되었다.


자신만의 개성과 창조성으로 잘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크게 족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어린 청춘들을 만나면 이성 친구도 집 마련도 모두가 안전하고 무난한 길을 부단히 찾는다. 부모의 마음이 되거나 아끼는 친구라면 아마도 리스크가 작은 길을 가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끔 별나게 다른 길을 가려는 친구가 있다면 막지는 말았으면 한다. 세상은 아마도 그런 이들의 용기로 변화되어온 부분이 크기에.

학창 시절 공부도 썩 잘하지는 못했고 주목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사업에 성공한 친구가 있다. 미술이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정도로 알았는데 나중에 그쪽 계통에서 인정받고 큰 사옥을 보유할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가 된 것이다. 그 친구가 겸손을 보태 말한다. 스펙도 그리 좋지 못하고 취직도 잘 안 돼서 할 것도 없고 해서 내 방식대로 살아온 것뿐이라고.


예술가를 우리가 마음으로 인정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불확실성을 껴안고 살면서 창조라는 용기와 고통이 따르는 작업에 기꺼이 몸을 맡겼기 대문일 것이다. 비단 예술만이 아니라 삶의 많은 영역이 그렇지 않을까.


어떤 예술 형태로든 자신의 생각을

창조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To create one’s world in any of the arts takes courage.

- 조지아 오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