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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Jan 30. 2019

씨제이푸드빌 매각 기사가 씁쓸한 이유

해프닝이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어제저녁 큰 충격을 받았던 기사.

매출 1.3조 규모의 단연 업계 1위의 CJ푸드빌이 매각을 한다니...




씨제이 내에서도 외식 부문은 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적자가 커도 제일제당이라는 탄탄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고.


외식기업에 있을 때 우리에게 가장 큰 대기업은 CJ푸드빌과 SPC였다. 가장 많은 인재들이 있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고 푸드빌은 대기업 아닌다. 대우는 대기업 치고는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씨제이푸드빌은 멋있었다. SPC는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성장한 외식 전문기업이다 보니 평판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또 매출로는 씨제이 푸드빌이 압도적인 1위로 알려져 있지만 SPC그룹은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BR코리아, 파리바게트 등을 운영하는 (주)파리크라상, 양산빵을 만드는 (주) SPC삼립 등 23개 계열사가 있고 이를 합치면 매출이 3조가 넘는 실질적인 1등 외식 기업이다. 수익은 머 엄청나게 남는 회사이기도 하고. (2017 기준)

그럼에도 불고하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랜차이즈 기업이 높은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왠지 SPC는 '간지'가 나질 않는 기업이다.

 

(단위 : 천원, 출처 : NICE기업정보)



반면 씨제이푸드빌이 이 '멋'있었던 건 수익성보다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져서 이다. 샐러드바 레스토랑(빕스)도 한식 뷔페(계절밥상)도 모두 한동안의 적자가 분명한데도 최초로 론칭해서 끌고 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투썸플레이스도 초기부터 스타벅스와 차별화를 두려고 고급 디저트 카페로 포지셔닝하면서 20년 가까이 그 브랜딩을 유지해왔고 말이다. 게다가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적어도 5억에서 10억은 있어야 개설할 수 있어서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외식에서 1조 가까운 매출을 하면서도 천 원짜리 커피를 파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던 모 기업과는 다르게 말이다.


위의 기사가 나오고 바로 다음날 매각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러다가 매각을 공식 발표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서.



(CJ푸드빌 브랜드들. 출처 : CJ푸드빌 홈페이지)



그런데 저런 간지가 밖에서 볼 때나 간지지, 경영진은 얼마나 속이 탈까도 싶다. 씨제이의 경영 지표는 아래에서 보듯 매우 좋지 않다. 1.3조의 매출에 저 정도 영업이익, 적자 400억의 당기 순이익이라니 모 회사의 자금이 아무리 탄탄해도 깨진 독에 물붇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외식 시장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것이다.



씨제이그룹 경영진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룹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외식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식품(비비 고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미 작년 한 해에만 그나마 수익이 나는 투썸에 1800억의 자금을 수혈하며 외식 사업의 소유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투썸플레이스, 1300억에 이어 자금 500억 추가 조달)


외식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필자도 외식을 10년 넘게 했지만 최근 생태계에 곁다리를 얹고 한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사업을 하다 보니 그 변화가 더 급격하게 보인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어렵다는 기사가 자꾸 나는데 어이없는 소리다. 장사가 안 되는 게 더 큰 이유이고 거기에는 편의점 도시락, 배달 메뉴 확대, 피코크와 비비 고등 높은 수준의 HRM제품들이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아들도 동네 빵집 식빵을 먹지 않고 마켓 컬리에서 밤에 유명 빵집 빵을 시켜서 아침으로 먹고 등원한다. 씨제이푸드빌 입장에서는 돈도 안되고 운영 난도가 높은 데다가 미래 경영환경까지 불안한 외식 사업을 끌고 가기보다는 비비고에 더 집중해서 한류를 타고 전 세계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비전 있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씨제이푸드빌의 매각이 정말 진행된다면, 그 규모를 볼 때 다른 기업에서 살 것 같지는 않고 겨우 매각이 돼봐야 사모펀드 정도가 인수할 텐데 그럼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을 할 테니 이전과 같은 간지 나는 외식 브랜드들을 더 이상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벌써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그러니 굳이 푸드빌을 매각하지 않아도 비비 고등 식품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테니, 그냥 외식 사업을 그냥 유지해주면 안 될까? (어차피 돈은 설탕으로 벌고 있으니 말이다. 






 



> 아래 기사가 감상적인 제 글보다 좋은 분석같아서 가져왔습니다. ^^; 저도 매각하기에는 가치 평가가 안되서 지금 상태로는 매각이 안될것 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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