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어느 술집
일본 여행 간다니까 동료들이 위스키 가격이 한국의 절반이라며 무조건 사야 한다고 했었다. 마침 나를 포함해 동료 2명이 일본 여행을 연이어 가기에 각자 한 병씩 사서 맛있는 안주(회)랑 마시자는 주류결의를 급조했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쉴 때, 근처 주류판매점을 갔다. 평소 위스키에 관심이 없던지라 뭐가 좋은지, 정말 싼 지 알 수가 없다. 요즘 위스키와 막걸리에 심취해서 유선생 강의를 집중해서 받고 있는 동료에게 카톡으로,
-뭐 사면 돼?
-무조건 야마자끼!
카운터에 야마자끼 있냐니 매진이란다.
-역시. 그럼 조니 블루
-25000 넘는데?
-엥? 그렇게 올랐나? 그럼 피트 3대장이나 글렌 이름 들어간 건 다 괜찮음
-3대장?
-아드벡, 라프로익, 라가불린
-라가불린 매진. 아드벡 사께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과 오늘 여행이 어땠는지, 평소 생각에 대해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나누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술이 아니어도 상관없는데, 술은 긴장과 가식을 푸는, 민낯을 드러내는 힘이 있으니까. 이번 여행 동료들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엄마는 연세 때문에 그렇다 해도, 40대 막내는 뱃놈인데도 술을 거의 안 마신다. 에잇~
야마자키가 얼마나 대단한 맛이기에 비싼데도 매진일까 싶은 궁금함과 1984년부터 물장사를 한 곳에 대한 호기심까지 있어 가배 커피숍 인근 술집에 들어갔다. 궁금함과 호기심은 여행의 기본이니 당연히 가봐야지. 에휴~ 어떡하든 술 마시려고 정당한 이유를 만든다.
바에 앉자마자 재떨이와 물수건을 준다. 쭈빗거리며,
-처음인데요
하하~ 높은 톤의 웃음소리를 내는 바텐터,
-환영합니다
-(가배집 경험으로) 여기 신용카드 돼요?
-오브 코스
-뭘 마셔야 할지 몰라서.. 야마자키 어때요?
-야마자키 좋은 술이죠. 다만 비싸요
-추천해 주세요
-처음이라니… 칵테일 어때요?
-칵테일?
-홈메이드인데요. 보드카, 레몬, 탄산수로 끝
이미 있는 술과 음료를 섞는게 칵테일인데 홈메이드라니? 뭔 소린가 싶은데 설탕에 절인 레몬을 직접 담궜단 얘긴가 보다. 오~ 깔끔하니 괜찮다. 연달아 2잔 마셨다.
손님 주문을 받고, 설거지, 손님의 대화에 적당히 대응하며 칵테일과 위스키를 내오는 바텐더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막판에 나온 로봇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반복한다. 최소의 공간과 움직임으로 최대의 서비스, 효율은 술집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