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채취에서 유목, 농경으로 경제단계가 변화하면서 정착인구가 늘어나면서 곡식, 물 등의 먹거리를 보관해야 했을 테니 그릇, 항아리류 등을 만들었겠지. 필요는 생산을 만드는 게 고전 경제학이니까. 그래서 어느 박물관을 가더라도 몇 천년 전 유물에 그릇, 항아리 등을 전시한다. 그 땅에 살았던 자기 선조들의 삶을 담았던 거니까.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된 사회는 직업 분화가 일어나고, 지배와 피지배계층으로 나뉘고, 재산이 많은 자들이 생겼겠지. 돈과 권력을 가지고 큰 성까지 가졌건만 여전히 뭔가 부족해, 변별성이 없어, 지금은 지위와 처지가 다른데 밥 먹을 땐 같은 흙사발이잖아! 어이~ 그릇쟁이, 색깔 넣고 무늬도 들어가고, 잘 안 깨지고 그런 거 만들어봐. 그렇게 만들어진 게 도자기 아닐까?
중고딩 때 고려청자, 조선백자가 한국적 미라고 배웠는데, 지금까지도 납득되지 않는 도자기 문외한이라 마이센이 도자기로 유명하데도 별 흥미가 일지 않았다.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된 드레스덴에 비해 원형이 남았다 하고 무엇보다 데친역에서 라베-엘베 티켓으로 갈 수 있으니까, 오전 마이센-오후 드레스덴 일정으로 간다.
중세부터 있었던 유럽 도시는 언덕배기에 성벽을 두르고 옆에 강이 흐르고, 도심 중심엔 광장이 자리하고 성과 교회가 우뚝 선 모습으로 비슷한 구조다. 도착하면 내가 살던 동네와 다른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을 마구 찍는다. 눈으로 훑는 도시 모습이 비슷하니 여러 도시를 다녔어도 기억 역시 비슷해진다. 시각이 주는 한계다.
마이센 도자기 박물관은 컵, 재떨이부터 온갖 종류의 도자기 제품이 즐비한데 우와~ 씨바! 이래 비싸? 놀라면서 눈요기 말곤 달리 할 게 없다. 눈으로 그 비싼 가격표 실컷 봤으니 비싼 도자기에 담긴 커피라도 마시자 싶어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평소에 마이센 도자기에 밥 먹는 사람들도 잘 안 먹을 정도로 여러 종류의 치즈와 햄, 다양한 과일, 맛나 보이는 빵이 마이센 도자기에 담긴 채 손님들이 밥을 먹고 있다.
-이름이 어케 되니?
-예약 안 했는데
-예약자만 받는데
-아~ 밥 말고 커피 마시려고
-저쪽에 앉아
비싼 제품 걸치고 가방 든다고 자신이 명품이 되는 게 아니듯 비싼 그릇에 담겼다고 내용물이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다. 아~ 독일인데, 맥주 마실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