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프라하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지금껏 멋진 풍경은 눈으로 실컷 봤고, 맛난 맥주(정말 맛있다!)도 실컷 먹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지난번 드레스덴 필하모니 공연이 좋아서 스메타나홀 연주를 관람했는데, 유명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뽑아서 관광객 대상으로 만든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뭔가 부족했다. 퇴근시간에 쫓긴 공무원이 연주하는 느낌!
이제 귀만 기쁨을 누리면 몸의 밸런스가 맞다. 라이브클럽 검색하니 락밴드 공연하는 클럽이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래! 프라하에 봄이 오면 음악 축제가 펼쳐진다는데, 프라하의 겨울 밤은 라이브 공연으로 마무리해야지.
근처에 왔는데 간판이 눈에 안 띈다. 아~ 노데이터 여행자의 한계! 건너편에 재즈클럽 간판이 보이는데 눈에 익다. 내가 프라하 재즈클럽을 알리가 없는데 유명한가? 절판된 론리플랫닛 프라하 편에서 봤었나? 1958년부터라니 오래된 곳인가 보다. 혹시나 싶어 들여다보니 락클럽과 재즈클럽이 같은 출입구를 쓰고 지하층을 나눠서 사용한다. 같은 공연시간이면 소리가 겹치지 않나? 뭐 대단한 청각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별 걱정을 다한다.
가려고 했던 락밴드 공연엔 너무나 젊디 젊은 청춘들이 득실득실, 중년 아재가 살짝 위축돼서 재즈판으로 갔더니 한국 50대 아재가 젊은 축이다. 유유상종~ 10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연장은 중장년층의 남녀 관객들로 빈자리가 몇 없다. 병맥주 사들고 자리 착석. 공연은 오호호~ 대만족이다. 나중에 보니 빌 클린턴이 와서 연주를 했던 사진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어쩐지 눈에 익다 싶더니… 프라하의 밤엔 재즈, 괜찮다. 다음에 프라하에 또 오게되면 여길 또 올듯.
드레스덴 필하모니가 확실한 리더가 있는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갖춘 정규군이라면 재즈클럽은 누가 리더랄 것도 없고 각자 개인기를 위주로 자유분방하고 느슨한 예비군 같다고 해야 하나?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누가 이길지 속단할 수 없다. 각자 살아남으려고 최선을 다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