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가봤어요?

by 딜리버 리

예전에 서울(의 일부) 사람들이 부산을 해운대, 광안리 같은 해수욕장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동네처럼 얘기하는 걸 듣고 어이없었다. 몇 백만 명이 사는 도시가 그리 작을 리가 없지 않은가? 타인과 타지에 대한 관심은 존중의 필요조건이다. 무지하고 무례한 것들!


초량 산복도로 출신이라 중학교 때 해운대를 처음 가봤고, 광안리는 학교 앞에서 술 먹은 뒤 없는 돈 모아서 소주와 주전부리 몇 개 사서 인근 공사장에서 주워온 나무로 불 피우고 고래고래 울부짖을 때 가던 곳이었다. 낙동강 인근 주민 중에 해운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 분명 있다.


내가 아는 부산 사람 중에 부산이 고향인 사람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전라도에서, 어머니가 경상도에서 돈 벌러 왔고, 나 역시 서부 경남에서 이사 와서 초량 산복도로에서 컸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지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고, 산업화 시기엔 신발, 의류 등의 소비재 생산시설과 부산항이 있다 보니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 먹고살려고 모여들었다. 지금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매년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지금이야 신도시 개발(해운대가 그렇다)로 평지에 초고층 아파트촌이 들어섰지만, 부산은 바다와 산이 붙어있는 지형으로 평지가 거의 없다. 부산이란 지명 자체에 산이 들어간 걸 봐도 알 수 있다.


어쨌든, 사람은 모여들고 땅은 부족한데, 괜찮다 싶은 곳은 이미 사람들이 터를 잡았어. 그럼 집을 어디에 지어? 점점 비탈로, 산으로 올라가는 고산족이 될 수밖에. 산업화의 발달로 도로는 필요한데, 이미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으니 길을 어디에 만들어? 산 중간에 만들 수밖에. 그래서 산복도로.


그래서 오늘(12월 30일) 오토바이 라이딩 코스는 부산의 많은 사람들이 얼기설기 모여 살든 산복도로(물론 일부분이다).


녹산(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부산역(부산항 바로 뒤)에서 출발, 초량동/영주동 산복도로(망양로)-민주공원-동대신동 산복도로(중앙공원로)-구덕운동장-서대신동 산복도로(시약로)-부민동 산복도로(해돋이로)-아미동 산복도로(옥천로/아미로)-초장동 산복도로(천마산로)-남부민동 산복도로(해돋이로)-부산대학병원-영도 한 바퀴(절영로/해양로)


1. 택배노동자가 싫어하는 배송 난이도 높은 도로명은 산복도로에 다 있다

2. 태종대 앞 전주식당, 동태 매운탕 괜찮다

3. 부산은 바람 안 불면 겨울도 그리 춥지 않다

4. 부산 놀러 왔으면 서면-초량동/영주동/대청동 산복도로-국제시장-구 미문화원-구 시청-남포동-자갈치시장 노선의 86번 버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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