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바람』
세월호 유가족 분들과 만남의 자리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은유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난 후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히 추측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슬픔과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그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떠난 자식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고, 자식 보내놓고 웃을 수도 마냥 울 수도 없다고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극도의 고통을 맞이한 사람 옆에 서 있는 사람도 어떻게 그들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건네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슬픔을 제대로 나누는 방법,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줍지 않은 말도 다 부질없는 것 같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어떤 표정으로 시선을 던져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웃어도 될지, 울어야 할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 안절부절 합니다. 그래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 말입니다.
신형철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을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라고. 정말 슬픔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나 봅니다. 슬픔을 통해서 배우기도 해야 하나 봅니다.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단번에 그 날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2009년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라는데, 참 많이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폭풍으로 얼어붙은 앞바다에 돌고래 세 마리가 갇혔습니다. 나가려고 해도 길이 없고, 눈은 계속 내리고 얼음은 점점 더 넓어집니다. 하지만 관에서는 얼음 깨는 배도 없고 자연의 섭리이니 그냥 가만히 두라 합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 애타는 울음소리를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그냥 두면 죽을 것이 너무도 뻔한 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그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움직입니다. 그리고 돌고래들을 구해 냅니다. ‘구조 신호는 응답하라고 있는 거잖아’ 라는 아이의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아이들도 아는데 말이지요. 왜 우리는, 그렇게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걸까요? 어떻게 하면 그 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걸까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거짓말인 모양입니다. 약하고 빽 없고 돈 없는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생명이 아닌 가 봅니다. 어리고 여리고 약한 존재는 가장 쉽게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피해를 봅니다. 이 사회가 그런 것 같아,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닌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여기저기서 구조 요청 소리가 들리는데, 모두들 잘 안 들리나 봅니다. ‘내 일 아니니까’라며 들어도 못들은 척 하나 봅니다. 내 일이 되어서야 돌아보게 된 것을 후회하며 이제는 좀 들으라고 목청을 높이는 목소리들까지 성가시게만 느껴지나 봅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커 갈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이 땅의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한 번 보면 좋겠습니다. 하물며 아이들도 그런데 어른인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부끄러운 마음 하나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한 누군가는 고개 숙여 사죄하고 또 사죄하면 좋겠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 간 아이들에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당신도, 나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구조 요청 소리에 이제는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입니다.
도식적인 패턴, 도형, 무채색 톤으로 그려진 그림이 좋습니다. 해도 종이로 잘라 붙인 것처럼 평면적입니다. 혹독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생명을 살리기 위한 뜨거운 열기가 붉은 방수복을 입은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글, 그림, 옮김도 붉은 글자로 표현되었네요. 채도가 낮은 검정색, 푸른색, 회색, 크림색 등이 단단하고 건조한 얼음, 겨울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볼드체로 쓰인 글자들이 더 단단히 가슴에 와 박힙니다.
‘구조 바람! 구조 바람! 구조 바람!’
‘늦지 않았어야 할 텐데’
‘포기하지 마’
우리는 늦었고,
포기했고,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미안해야 합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는 늦지 않게 뭐든지 해야 합니다.
이 하나의 그림
세월호 영상을 보았다.
세월호 관련 책을 읽었다.
4월만 되면,
아니, 4월이 되어야만.
아이들을 구하러
아니 아이들을 데리러 내려간 잠수부들의 인터뷰를 봤다.
이미 죽은 아이들의 몸을 꽉 껴안고 올라올 때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돌고래와 마주한 소년의 모습에서
산채로 마주하지 못해서 미안한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살아서 다행이야.
살아줘서 고마워.
그 말 속에 이 말이 울린다.
아이들아,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