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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귀새끼 Apr 18. 2016

친구 같은 아빠 되기

제일 쉬운 말,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

야, 빨리 아빠 스카프 찾아 내.


  오늘도 큰 아이 곁에 바짝 붙어서 달달 볶습니다. 내내 곤란한 표정으로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던 녀석이 짜증을 냅니다. 선유가 찾아내어야 할 제 물건은 사실 딸내미 친구 집에 있습니다. 며칠 전 친구 집에 놀러가려고 했을 때 바람이 많이 불어 급하게 제가 착용하고 있던 것을 매어 주었습니다. 아이는 친구 집에 풀어 둔 채 신나게 놀다가 귀가하면서 잊고 온 것이지요. 당연히 챙기지 못한 탓이 제일 크겠지만,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매번 되바라진 딸내미에게 잔소리를 듣다가 모처럼 꼬투리 잡을 일이 생겨서 골려주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친구 같은 아빠’의 관계입니다. 대부분 한국의 아버지상은 ‘자상하면서도 한편으로 엄하다’는 좀 모순된 그림이지요. 제 아버지는 그냥 자상하고 유쾌한 분이셨습니다. 엄하시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구같이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종종 아버지와의 관계가 친구처럼 돈독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친구 같을 수는 있어도 친구는 될 수 없다’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구인을 하거나 동네 점포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때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우리의 가족들은 그동안 머리 속에 그려 넣었던 ‘화목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진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저는 제가 모르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저조차도 경험해 본 적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지요.

 

  친구끼리는 존대어를 쓰지 않지. 저는 8살 때부터 ‘아버지’ 호칭을 사용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제게 배우지 않았고 높임말도 쓰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그래서 큰일이에요.

  친구끼리는 솔직하게 다 얘기하잖아. 제 감정에 솔직하려고 표출한 분노가 위험수위에 직면할 때면 이게 맞나 싶네요. 

  친구는 함께 즐거워해야지. 가만히 바라만 봐도 키득거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지 잘 아시지요?

  친구는 늘 함께 있고 싶어 하잖아. 난 그냥 울 색시랑만 친구하면 안 될까?

  친구들끼리는 장난도 많이 치니까. 이건 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데 이젠 아이들이 짜증을 낸다는 것이 문제.

  친구니까 고민 상담도 해. 아빠의 존재가 고민거리라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친구들…. 지금의 친구들은 참 소중하고 고마운데 5살 8살 때 친구들이 어땠는지 당최 기억이 나지 않네요.



  놀아달라는 아이들이 힘겨워 엄살 부리면, 선배들은 ‘그때가 좋을 때야’라며 격려해 주십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내지 부모와는 점점 말도 잘 안 섞는다는 말씀입니다. 눈높이에 맞추느라 애쓰는 쪽은 꼭 부모라는 생각에 조금 억울합니다. 친구되기도 힘든데, 자기 필요할 때만 친구인걸까요. 


 최근 아이들과 즐겨보는 <파파 독>이라는 TV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은 맞벌이 엄마, 아빠 그리고 쌍둥이 어린 동생들과 살아가는 똑순이같이 밝고 명랑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잦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우연히 강아지로 변하여 엄마와 다른 식구들 몰래 살아가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면 강아지인 아빠가 든든히 지켜주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철없는 아빠는 개가 되어서도 오히려 사고를 치고 주인공이 뒷수습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슈퍼맨 같은 아빠보다 사고 치고 말썽 부려도 늘 곁에 있는 아빠가 더 좋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곁에 있는 친구. 우리 아빠.

 

  아빠는 그게 제일 어렵다. 



철없는 아빠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진 참조 : http://www.kbs.co.kr/2tv/enter/papa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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