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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바스 May 28. 2021

오디오북을 만들고 있습니다 #01

오디오북 제작자프롤로그 -1

나의 첫 오디오북 제작은 국내 고전 문학 오디오북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국내 유명 방송사 외에도 3사가 함께 협약하여 준비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나는 거의 막바지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8권 정도 되는 단편을 제작했다. 그중 내 담당 업무는 고전 작품을 읽어보고 어울리는 낭독자를 찾은 뒤 캐스팅까지 하는 일이었다. 큰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담당했지만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벅찼다. 작은 역할이지만 내 일이었다. 어떤 오디오북 보다 정말 잘 만들고 싶었다. 나에게 맡겨진 작품과 낭독자 캐스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캐스팅 에피소드가 있다. 제작하던 작품 중 1920년대 쓰인 작품으로 경상도 사투리 구사에 능한 배우가 필요했다.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 구사와 작품 느낌까지 딱 맞는 배우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를 찾기 위해 경상도 출신의 연극배우를 찾고 모든 공연을 관람했다. 다행히 세 작품 정도 관람하니 유독 눈에 띄는 배우님이 있었다. 그렇게 찾아낸  ***배우님을 섭외하고자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 감사하게도 친한 배우님을 통해 연락이 닿았고 캐스팅도 무사히 완료했다.


그 이후 오디오 북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팟캐스트를 제작해 보겠다며 회사에 대뜸 기획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긍정적이었다. 회사의 성격과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이지만 사업이 통과되고 예산이 배정됐다. 그렇게 팟캐스트와 인연이 시작됐다. 오디오 툴과 채널 운영에 대해 무지했던 터라 팟캐스트 전문 플랫폼 회사 콘퍼런스와 교육프로그램에 매번 참여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기획, 제작에 대한 부분이 부족했다. 오디오 콘텐츠 전문인력이 되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 었다. 제작 업체로 이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국내 가장 큰 오디오북 제작 업체로 이직을 했다. 전문적인 오디오 편집 툴을 다루지도 못했고 오디오북과 밀접한 성우 시장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참 감사하게도 좋은 사수님을 만나게 되어 하나하나 배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오디오 편집 툴을 공부하기 위해 1시간씩 일찍 출근하여 지금껏 선배들이 작업해온 세션을 열어봤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한 파형 파일들이 시간 타임에 맞춰 배치되어 있었다. 성우들의 연기, 음악, 효과음을 살펴보고 오디오로 어디까지 연출할 수 있는지 기록하며 공부했다.


음향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대학교와 업무 협약을 맺고 있었다. 다행히 인연이 닿아 음향학과 교수님께 특별 부탁하여 1:1 교육으로 음향 이론에 대해 배워 볼 수 있었다. 2년 과정을 2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직접 실무에 적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 접목시켰다.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법한 오디오북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로 작은 책 하나라도 내 것으로 배정되었을 때면 읽고 또 읽으며 사랑과 애정으로 한 권 한 권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만든 책만 100여 권이 넘었다. 정말 다양한 도서를 제작해봤다. 어느 한쪽 분야에 치우치지 않으려 인문, 정치, 사전, 동화, 에세이, 시, 자기 계발, 육아, 투자 등 여러 오디오북 제작 범위를 넓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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