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을 만들고 있습니다 #01

오디오북 제작자프롤로그 -1

by 크바스

나의 첫 오디오북 제작은 국내 고전 문학 오디오북 프로젝트였다. 100명의 배우가 국내 문학 작품을 낭독하는 형태로, 국내 유명 방송사와 3사가 협약하여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나는 프로젝트 막바지에 합류해 약 8권의 단편 제작을 맡았다. 내 업무는 고전 작품을 분석하고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었다.


내가 맡기 전까지 이 프로젝트는 최민식, 문소리, 송일국 같은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한 대규모 작업이었다. 이처럼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를 맡게 되니 감사하고 놀라웠다. 내가 이들을 직접 만나 캐스팅하고 작품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작은 역할이지만 맡겨진 일만큼은 최고의 결과를 내고 싶었다.


작품을 읽으며 관람했던 연극과 배우들을 떠올렸다. 연기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매력적인 포인트를 가진 배우 위주로 섭외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프로 배우들의 연기를 꼼꼼히 살폈다. 눈여겨봤던 배우들 중 작품에 어울리는 이들을 골라 매칭했다. 공연 후에는 친분이 있는 배우들의 도움으로 분장실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기에 섭외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캐스팅 에피소드가 있다. 제작 중인 작품 중 하나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아무리 인지도가 높아도 작품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특정 방언을 완벽히 구사하는 배우를 찾는 것은 모래 속 진주를 찾는 일 같았다.


작품의 느낌까지 살릴 배우를 찾기 위해 경상도 출신 연극배우들을 찾아 공연을 관람했다. 하지만 직접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배우의 실력은 확인하지 못했기에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경북 지역을 중신으로 쓰여진 작품이 공연으아로 만들어 졌다. 덕분에 손쉽게 확신이 가는 배우님을 찾게 됐다. 모든 인맥을 동원해 그 배우와 연락이 닿았다. 다행히 친한 배우님의 도움으로 캐스팅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후 오디오북 제작에 푹 빠졌다. 어느 날, 팟캐스트를 제작해 보겠다며 회사에 기획서를 제출했다. 회사와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이었지만, 놀랍게도 기획이 통과되고 예산까지 배정되었다. 그렇게 팟캐스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오디오 툴과 채널 운영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는 팟캐스트 전문 플랫폼의 콘퍼런스와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공부했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전문 기획과 제작은 여전히 부족했다. 이 갈증을 해결하려면 제작 전문 업체로 이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제작 업체로 이직했다. 전문 오디오 편집 툴도 다룰 줄 몰랐고, 성우 시장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지만, 좋은 사수를 만나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오디오 편집 툴을 배우기 위해 1시간씩 일찍 출근해 선배들의 작업 세션을 열어보며 공부했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한 파형 파일들이 시간에 맞춰 배치된 세션을 살펴보며, 성우의 연기, 음악, 효과음이 오디오로 어떻게 연출되는지 기록했다.


음향 지식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회사는 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있어 음향학과 교수님께 1:1로 음향 이론을 배울 수 있었다. 2년 과정의 내용을 2개월 만에 압축해 배우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접목시켰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오디오북을 만드는 것. 작은 책 한 권이 내 손에 배정될 때마다 읽고 또 읽으며 사랑과 애정을 담아 제작했다. 그렇게 만든 오디오북이 어느덧 100권을 넘어섰다.


내가 제작한 도서는 인문, 정치, 사전, 동화, 에세이, 시, 자기계발, 육아, 투자 등 다양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오디오북 제작 범위를 넓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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