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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시은 Jan 05. 2021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나를 포기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고서 꽃다운 27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170이 넘는 키에 5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은 나름 멋진 몸매를 소유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남자들에게 조금 거만했다. 학창 시절부터 몇몇 선생님은 나를 팔등신이라고 불렀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모델이 별명이었다.

나름대로 연애에 있어서는 대부분 내가 갑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달랐다.

나보다 작은 키에 외모에는 1도 관심이 없어서 패션감각은 한숨이 나오게 하는... 그런데 자존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상한 사람.

그래서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는 거야~ 내가 결혼하고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내가 그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겠지?

이상하게 끌리고 홀린 듯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이란 걸 하고 맞이한 현실은 너무나 참혹했다.

아들 둘. 그중에 큰아들이었던 남편을 아쉬운 거 없이 곱게 키운 시부모님은 내가 탐탁지 않았겠지...

그때 나는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자신의 아들 짝으로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거다.

내가 미치게 좋아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자영이 노규태가 향미랑 불륜 관계라고 오해하고 향미를 만나서 묻는다 결혼이 뭔 줄 아냐고...

나는 노규태를 금가락지 인지 알고 골랐는데 살아보니 놋 가락지도 안 되는 거야. 근데 더 압권인건 시부모는 나한테 다이나 나 준지 안 다는 거지.

정말 딱 그거다. 너무 명확한 정의.

정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때론 다독이고 때론 같이 싸워가며 내 옆을 지켜주었다.

그래.금가락지고,놋가락지고 다이아고 다 상관 없는거다.
어떤 반지든 내가 끼고 다닐 반지고,
그 반지의 가치는 나만 아는거다.
내가 다이아 대하듯 하면 다이아 반지고,
놋가락지 대하듯 하면 놋가락지 되는거지 뭐.
내 인생 나 하기 나름이다.
이쁨도 미움도 다 제 할 탓이다.



그렇게 이 사람과 결혼 생활에 적응하고 아이가 생기고 투닥투닥 아이와 함께 조금씩 엄마로 성장해가던 어느 날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갑상선암...

아빠가 췌장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 생활을 하시다 아빠를 보내드린지 1년 채 안되고 생긴 일이었다.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평범하게 나도 남들 누리는 평온함을 느끼면서 살고 싶었는데 왜 나한테는 아픈 시련이 자꾸 찾아오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설상가상으로 갑상선암으로는 드물게 임파선과 림프절 쪽으로 네 군데나 전이가 돼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의사 선생님은 나를 위로해주셨지만 건강하다가 하루아침에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절망감이었다.

방사능 옥소치료를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요양을 하면서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다.

살면서 이렇게 남이 해 준 밥을 먹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아하는 책 속에 파묻혀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호사를 누려 본적이 있었나?

안타깝게도 내 기억속에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 편히 호사를 누리기로 했다.


예전 직장 동료들.

그 보다 더 전에 맺었던 소중한 지인들.

소중한 인연들이 나의 아픔을 걱정하고 위로 해주었다.

진짜 참다운 인연은 고난이 와야 알아볼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많이 아팠지만 씩씩하게 잘 이겨냈고,

무늬만 친한 사람과 진심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분노하고 절망해도 바뀔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기는 마음 편하다.

맞서 싸워서 바꿀수 있는 일엔  최선을 다해 싸우되,
그렇지 않을 때엔 과감하게 받아들이자.

파란만장한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면서 내가 배운 삶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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