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해도 괜찮아
#16. 나이 들면 다 괜찮아져요?!
내가 기억하는 첫 편식은 달걀노른자이다. 이사 가기 전이었으니 내가 3~4살쯤 되었을 때인 듯하다. 달걀흰자는 탱글탱글 목 넘김도 수월한데 노른자는 퍽퍽하고 맛도 약간 비려서 싫어했다. 그래도 달걀흰자만 먹을 수 없으니 흰자를 먹고 노른자만 슬쩍 쟁반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특히 음식에 있어서 엄격했는데 뭘 먹기 싫다고 하면 그걸 다 먹기 전까지 다른 걸 못하게 하셨다. 그래서 노른자를 손에 숨겨서는 방에 들어가 부스러기로 만든 노른자를 창틀에 밀어 넣곤 했다. 그땐 어려서 창틀에서 냄새가 나고 벌레가 생기는 것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성인이 되어 물어봤더니 엄마는 내가 노른자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몰랐다고 하셨다. 지금은 당연히 노른자를 더 좋아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콩국과 수프, 그리고 삼계탕을 싫어했다. 아침에 준비해주신 콩국과 수프를 먹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있으면 엄마는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언니랑 눈치 보면서 코를 막고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 안 가서 좋다고 얼씨구 하면 될 텐데 언니랑 나는 학교 안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순수한 아이였다. 지금은 당연히 콩국과 수프 둘 다 잘 먹는다. 삼계탕은 사실 싫어했다기보다 늘 양껏 주시고는 다 안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셨기에 혼자서 3시간 동안 식탁에 앉아 삼계탕을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물론 삼계탕을 챙겨 먹을 정도로 정말 좋아한다.
갓김치의 씁쓸한 맛도 그렇게 싫어했었는데 지금 정말 잘 먹는 걸 보면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변하나 보다. 음식 섭취에 대한 엄마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입맛은 바뀔 수 있고 억지로 먹여서 괜히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맛에 대해서 하나씩 발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