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엄마와의 추억을 쓰는 100일 프로젝트
드디어 엄마에게 엄마와의 추억에 대한 글을 쓰는 100일 프로젝트를 하고 있노라 밝혔다. 엄마는 100일 동안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애초에 시작부터 힘든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한 시간만 벌써 34년인데 고작 100일 동안 쓸 에피소드도 없으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니라고 받아쳤다.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엄마는 내가 왜 이걸 하는지 궁금했을 테다.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다. 상처 받았다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외피로 겹겹이 방어막을 치곤 했다. 내가 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한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첫 번째는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성인이 된 이후에 부단히 노력해서 객관화 작업을 하다 보니 과거의 경험이 어떻게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부모님과의 경험 중 나에게 크게 와 닿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부모님도 기억할 법한 것이다. 우리가 함께 끌어안고 있는 기억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이 있다는 걸 나누고 싶었다. 그중에는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아픈 기억도 있다. 그걸 글로 풀어내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일종의 치유 과정이다. 결과물을 통해 우리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그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제는 부모님의 존재와 부모님이 하는 말/행동을 별개로 생각하며 존재 그 자체를 감사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에게 소재가 고갈되었다고 이야기했더니 나에게 사진 23장을 보내주셨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사진이다. (사진이 워낙 많아서 외장하드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했지만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에겐 소중한 추억인데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좀 아쉬울 것 같다.(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100일 프로젝트가 지난 결과물을 엄마와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은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