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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Oct 11. 2024

무계획 르미디 2 - 모나코

2024.09.22 모나코에서 맞이한 리그1 직관

기차를 타고 모나코로

오늘도 중간에 깨긴 했지만 잘 잔 편이다. 세르반이 오늘도 커피를 내려주려 했지만 오늘은 카페인이 괜찮다며 차를 마셨다. 천천히 준비하고 9시쯤 나갔다. 어제 갔던 블랑제리에서 아침 먹으러 갈려다 모나코궁 근처에 시장이 있기에 그냥 일찍 가서 아점 먹기로 했다.

모나코 가는 버스도 있는데 버스가 꽉 찬다고 하여 시간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아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복잡해 창구를 이용하기는 어렵고, 실물 티켓을 받으려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 가입절차에 준하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앱에서는 로그인을 해둔 상태라 그냥 앱에서 예매하고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이럴 수가! 기차도 꽉 찬다. 이거 좀 경춘선 느낌이다.

모나코역에서 내려 바로 앞 항구가 보여 쓱 둘러보고 시장으로 향했다. 10년 전쯤에도 모나코를 왔었는데 그때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는지 기차역도, 모나코 내에서도 어떻게 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나코대공궁에 갔던 기억뿐이다. 모나코는 그리 크지 않아 걸어 다니기로 했다. 역시 F1의 도시답게 여기저기 조형물들이 있고, 그 당시 경주용 자동차를 재현한 자동차 대여도 되는가 보다. 걸어 다니는데 데이터로밍이 프랑스까지만 인지 모나코에서는 모바일 데이터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잡히는데 프랑스의 통신사에 잠깐잠깐 붙는 건가?


모나코대공궁과 시장의 소소한 즐거움

시장은 그냥 작은 시장이고 딱히 먹을 곳은 별로 없네 싶었는데 야외는 진짜 시장이고 식당가는 건물 안에 있다. 피아디나로마뇰라와 맥주 한잔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치즈가 팡팡 들어가 좀 느끼하긴 하지만 고소하고 엄청 맛있다. 오늘의 선택은 좋았다.

근위병 교대식 보러 언덕 위에 위치한 모나코대공궁으로 이동했다. 11시 55분 시작인데 30분 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 군대서 다 본 동작들이고, 심지어 나도 할 수 있는 거라 그런가 감흥은 크게 없다. 멀리서 보는데 다들 폰 들고 있는 게 약간 우습다.

오래 서 있었더니 박물관이고 나발이고 커피가 너무 먹고 싶다. 점심때라 레스토랑들 바쁜데 커피 한잔 시키고 자리 차지하기 뭐해서 동네 구경삼아 음료만 파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레스토랑의 옆 문쪽으로 간이 테이블 몇 개와 음료만 파는 가판대를 겨우 발견했다. 5유로짜리 아이스커피 많이 아쉽다. 머신으로 대충 내린 것 같은 커피에 종이컵. 역시 모나코의 물가인가? 아님 대공궁이라 더 그런가?

모나코대성당에 입장해 한 바퀴 돌아보는데 피에타가 두 개나 있다. 약간은 다른 낌으로. 지도에 뷰포인트가 몇 개 있어 박물관을 가기보단 산책을 선택했다. 뷰가 담기는 대형 액자에서와 항구뷰에서 사진을 부탁했는데 확실히 여자분들이 더 잘 찍는다. 산책로 벤치에 앉아있다가 일어서려던 차에 옆에 다른 분들이 앉는다. 본인들 때문에 일어서는 줄 알고 미안해하기에 암 거너 테잌옾이 자연스럽게 말하는 나를 발견하고 조금 놀랬다. 영어를 그래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나?


스타드 루이 II에서의 뜨거운 응원

이제 오늘의 메인 AS모나코의 축구경기. 상대는 리그1 하위의 몽펠리에HSC. 입장하는데 물은 못 가지고 들어간단다. 텀블러를 라커에 맡기는데 가방만 맡길 수 있대서 슬링백에 구겨 넣었다. 손에 들고 있던 고프로를 직원이 발견하고 카메라도 가져갈 수 없대서 다시 구겨 넣고 겨우 맡기고 다시 게이트로 향했다.

축구 전용 구장이 아니라서 시야는 약간 멀지만 골대 바로 뒤다! 그래도 이게 10유로라니! 왜 케이리그보다 싸지? 경기장 수용인원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모나코 인구수가 적어 경기장이 꽉 들어차지는 않고, 원정석은 거의 전멸이다. 열성적인 응원은 서포터석 일부만 하는데 거의 끊기지 않고 한다. 어린아이들까지 웃통 벗고 열정이 넘쳐난다. 축구 응원의 원곡은 다들 거기서 거기라 음은 아는 음이라서 대충 알레 알레, 모나코 모나코, 오오~ 오오~만하면 반 이상은 따라 할 수 있어 같이 응원에 동참했다. 상대팀은 르아브르였고 3대1로 승리를 거뒀다.

돌아오는 길은 기차역에서 조금씩 오다 보니 경기장에서는 걸어가기 꽤 먼 거리라서 이번엔 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혹시나 7일 패스로 탈 수 있나 물어보니 기사님이 영어가 되지 않아 대충 찍어보고 안되면 돈 내라는 거 같아 찍어보니 동그라미와 Bon voyage가 뜬다. 돈은 아꼈지만 그래도 기차가 좀 더 편하긴 하다. 모나코 거의 끝지역이라 앉을자리는 당연히 없었고, 이 상태로 한 시간이나 가야 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버스노선이 바다를 따라가서 중간중간 절경을 만날 수 있었다.

저녁은 이제 동네식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뇽에 저녁 먹으러 갔다. 까르보나라와 와인 작은 걸 주문했는데 내 테이블에 웬 할이버지가 털썩 앉는다. 신경 안 쓰려했는데 해변뷰 쪽이라 자꾸 눈에 걸린다. 와인이 먼저 나오는데 혼자 온 줄 알았는데 누가 또 있어서 웨이터가 잔은 하나면 되냐고 물어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그 할아버지는 왜 버스가 안 다니냐 택시 불러달라 어쩌고 하더니 다행히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일어섰다. 까르보나라 너무 맛있네. 파마산 치즈 추가하니 더 맛있다. 와인은 잔 와인이 없어 250ml 주문한 거였는데 제일 끝에 verre라고 프랑스어로 쓰여 있었다. 오랜만에 술이라 꽤나 알딸딸하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버스시간 맞춰 일어났지만 또 버스는 제 멋대로 와서 눈앞에서 보내고 그냥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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