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하여
12월 28일에 이사를 했다.
제자리를 잃은 짐들이 바닥에 널려있다.
신혼초에 샀던 mdf에 필름지 처리를 한 저렴한 책장은 버리고 왔다.
책장은 특별히 망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왠지 정이 안가는 물건.
버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냅다 버렸다.
그리고 남은 책들.
마음이 아프다.
잘한 행동일까? 물건을 살 때 그리고 버릴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까.
물건은 언젠가는 버려진다.
낡아서 사용할 수 없어진 것,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어진 것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가 될 미래를 갖고 태어난 물건들이 집에 차고 넘친다.
백리터 쓰레기 봉지를 버릴 때마다 양심에 스크레치가 생긴다.
아프다.
결국 물건을 살 때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배달음식에 달려온 쓰레기가 싫어서 전통적인 배달음식만 시킨다.
피자, 치킨은 상자와 작은 소스정도만 온다.
그리고 음식을 다회용그릇에 넣어서 배달해주는 동네 중국집을 알고 있다면 최고다.
동아리방에 모여앉아 중국음식을 시켜먹을 때는 수없이 쏟아지는 랩과 비닐도 부담스러운 쓰레기였는데,
바나나 1/4 다발을 시켜고 플라스틱통에 담겨 나오는 포장과잉의 시대에는 애교가 되었다.
당장 아름답고 예쁜 것을 위해서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건 무얼까.
좋은 것, 편리한 것 이면의 기회비용들.
깊은 고민 없이 사지른 것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낡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자랑스러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