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궁 일기 (1)

프롤로그

by dore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약 20년 동안 월경을 겪으면서 해왔던 생각이다. 나는 평균적인 여성들에 비해 생리통과 과다출혈로 고생을 많이 한 편이다. 10대 시절엔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없어서 스트레스가 컸다. 갑자기 생리혈이 쏟아지면 남들이 잘 때나 쓰는 오버나이트를 10분 만에 다 채우기도 했다. 잠잘 때 잠옷, 속옷, 이불에 생리혈이 묻을까 늘 불안에 떨었고, 2시간마다 깨서 생리대를 갈거나 아예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다.


고3 수험시절은 몸과 마음이 최악의 상태에 치달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지럼증으로 넘어져 종아리나 무릎을 부딪혀 멍이 드는 날도 많았다. 그 무렵 처음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는데 혈액검사상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낮아 의사가 수혈이나 철분주사를 권했다. 철분주사를 맞느라 삼일 정도 입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고생이 산부인과 입원한다는 게 많이 창피했을 텐데, 그때는 그냥 학교 안 가고 푹 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때도 나는 얼굴이 두꺼웠나 보다. 그러나 철분 주사나 후에 처방받은 빈혈약은 임시방편일 뿐이었고, 다시 생리를 하면 문제는 반복됐다.


문제가 이어지자 자궁근종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주위의 얘기를 들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거나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짓기도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의사들은 내게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좋아질 수 있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후부터는 치료를 포기했다. 그냥 타고난 체질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서부터는 생리기간을 피해 약속을 잡거나 아예 외출을 포기했다.


직장 생활할 때 야근과 불규칙한 수면과 식습관으로 나 스스로를 많이 혹사시켰다. 너무 힘들어 딴에는 운동 좀 해보겠다고 나가다가 길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생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내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세상에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 TV 전원이 꺼질 때처럼 한가운데로 빛이 번쩍 하고 모이고 의식이 차단되었다. 다행히 지난 가던 행인한테 도움을 받았다. 이른 아침이라 아주머니는 길에 누워있는 내가 취객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도와달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내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해주셨다. 다행히 집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여서 가족들이 빨리 나를 데려갈 수 있었고 쉬다가 오후에 병원에 가 빈혈약을 처방받았다.


빈혈은 20년 가까이 나를 괴롭히는 병이다. 특히 생리 직후 컨디션이 특히 안 좋은 날에는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숨이 차서 걸음을 멈춘다.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숨이 막혀 참을 수 없다. 2시간 걷는 것보다 2시간 차 타는 게 나한테 더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약 먹으면서 헤모글로빈 수치를 끌어올려도 약을 끊으면 다시 수치가 또 떨어진다는 거다. 도돌이표다.


그래도 과다출혈은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좋아진 편이다. 10대 때는 한 달에 생리를 두 번씩 하거나, 생리기간이 열흘 정도 이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주기도 정확하고 생리기간도 7일 정도로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생리통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는 주로 허리가 아프다. 어느 정도로 아프냐면 허리를 마른걸레 쥐어짜듯 쥐어짜는 느낌이다. 심할 때는 도저히 허리를 펼 수 없어 침대를 기어 다닌다. 게다가 생리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도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는 진통제 먹으면 면역이 생겨서 나중에 듣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미련하게 약도 안 먹고 버텼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궁상떨지 말고 진통제라도 먹으라고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