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것일까 죽어가는 것일까’ 하는 질문의 관련된 영상을 보고 생각해 봤다.
장미꽃 한 송이 남짓한 공간을 빌려 이 세상에 찾아온 나. 나에게 바랐던 것이 있었는지 세상은 나에게 사과나무 반 남짓한 공간까지 내어줬다. 빌렸던 공간을 육신으로 채울 수 없는 날이 찾아왔을 때, 내가 남긴 빈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살아가든 죽어가든 그래도 무엇인가 남기고는 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게도 짧고 긴 시간 동안 이 세상을 여행할 수 있도록 누군가 내 자리를 마련해 준 느낌이다. 지금도 나의 육신은 이 세상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이제는 육체적으로는 다 커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이 세상을 차지하는 공간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는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먼지처럼 사라지겠지.
육체적인 것은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떠남으로써 남은 공간은 또 다른 누군가의 육신으로 채워지겠지. 내 자리를 누군가 더 아름답게 채우겠지. 그래야 더 좋은 세상이 찾아오는 거니까.
내 자리는 없어지는 것이다. 누구도 나를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나라는 추억을 어떠한 향기로 남길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