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고 다 온 게 아니더라
전에 6개월 정도 촬영을 했었어요. 사실 그렇게 큰 촬영은 처음으로 캐스팅이 되어서 갔던 것이라서 설렘과 동시에 긴장감도 엄청났어요. 특히나 이러한 감정들이 더 컸던 이유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내가 그렇게 존경하고 바라보던 선배님들과 함께 수개월을 함께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김윤석, 허준호, 정재영, 백윤식 선배님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선배, 동료, 후배 배우분들과 한 장면에 같이 들어간다는 건 저에게 꿈과 같은 일이었어요. 그 꿈과 같은 일이 저에게 벌어진 거예요.!
저는 정재영 선배님을 보좌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정재영, 호준호 선배님과 많은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다른 선배님 앞에서도 함께 연기를 하게 되는 기회가 생겼었어요. 그래서 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촬영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선배님들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감은 정말 한 발자국인데, 심지어 어떨 때는 10cm도 안되는데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거예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심리적인 거리는 너무나 멀더라고요. 그리고 사회적 거리도 그랬고, 배우라는 위치의 거리도 그렀고요. 그날은 촬영을 하는 동안 이러한 생각이 한참 들었어요.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구나. 아직 멀었구나. 너무 만족해서는 안 되겠구나.
한 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또 하게 되었죠. 여기서 정말 많은 걸 배워서 내가 이 촬영 끝나고서도 계속 앞서 나가신 분들의 길을 이탈하지 않고 그곳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이요. 정말 그 생각을 엄청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솔직히 말하면 '하... 큰일이네 이거. 진짜 머네..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어요.
어쨌든, 그때의 그 물리적 한 걸음은 저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어요. 제가 바라보는 곳에 있는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걸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어떠한 말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항상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연기 관련 시상식을 볼 때마다 저의 꿈을 더 선명하게 만들지만, 역시나 직접 보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피부로 느껴야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 경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는데 너무 좋아요. 맞아요.! 흔들리지 않고 즐겁게 잘해오고 있어요.! 이 계단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걸을 뿐이에요. 오르고 있다는 느낌은 있으니까요. 책을 통해서도 미디어를 통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너무 좋은데, 한 번 직접 눈으로 봐보세요. 그리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써보세요. 거기서 오는 동기부여와 배움은 엄청 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