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3가지 현안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by 사실은요


image.png 출처: 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는 세 가지 현안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과 언론의 관심은 그의 학적 이력과 가족 문제로 쏠렸다.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몰두한 사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를 보는 관점이 묻혔다.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가계부채와 부동산, 한계기업 및 자영업.

이것이 신 후보자가 제시한 우리 경제의 세가지 취약점이다.




1.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원·달러 환율은 올해 3월 다시 1,500원을 넘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본격화된 직후였다. 더 눈에 띄는 건 다른 맥락에 있다. 같은 시기 달러 인덱스(DXY)는 오히려 하락했다. 달러가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약해지는 국면이었는데, 원화는 반대로 움직였다.


달러가 약해질 때 원화는 강해져야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IMF는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 대비 환노출 달러 자산 배율이 25배로, 18개 주요국 중 네 번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원화가 유독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환율의 기초체력을 기르려면 외환보유고라는 '방패'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우리 금융 자본이 달러의 흐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내국인의 해외 자산 환헤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2. 가계부채와 부동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98.7%를 정점으로 꾸준히 내려와, 2025년 말 기준 89%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이를 '하향 안정화 기조'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신 후보자는 비율 뒤 숨겨진 숫자를 지적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매년 50조 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비율이 내려가는 건 분자인 부채가 줄어서가 아니라, 분모인 GDP가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누적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증가율을 매년 0.4%포인트씩 끌어내렸다고 추산했다. 비율은 줄었지만, 부채는 더더욱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신 후보자가 "부동산에 집중된 구조"를 문제로 꼽은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는 소비를 줄여 이자부터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라는 단기 처방을 넘어,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금융 자산으로 흘러가게 유도하는 '자본 배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3. 한계기업 및 자영업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한계기업 비중은 17.1%였다. 1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전체 외부감사 기업의 다섯에 하나 꼴이라는 뜻이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중 3년 이상 그 상태에 머문 기업 비중은 44.8%로 늘었다.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자영업자 쪽은 더 직접적이다. 2025년 상반기 자영업자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5.2% 줄었다. 평균 대출금액은 1억 원이 넘고, 연 금리는 9.4%다. 매달 81만 원을 이자로 내면서 매출은 줄고 있다.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3년 안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이를 두고 "경기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경기가 회복돼도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순히 돈을 더 빌려주어 연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에 다다른 이들이 안전하게 퇴로를 찾고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과 금융 재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 가지 리스크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외환 시장이 흔들리면 금리가 압박받고,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부채를 짊어진 가계와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부터 무너진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하강하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적 위기인 셈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가 통화 정책의 사령탑이다. 그렇기에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비전에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우리 경제의 3가지 취약점을 그저 흘려보내기엔, 이것들이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



매주 월요일, 이런 이슈 4개를 더 짧게 정리해서 보내드려요.

뉴스레터 "사실은요" 구독하기

작가의 이전글트럼프 관세 부과 1년, '네 가지 약속'은 지켜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