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 1년, '네 가지 약속'은 지켜졌나

데이터로 확인한 관세 1년 성적표

by 사실은요
image.png 출처: BBC

1년이 지났다. 약속을 확인할 시간이다.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 차트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국가별 관세율표였다. 그는 그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불렀다.


선언문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공장이 돌아올 것이다. 물가가 내려갈 것이다.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다. 관세 수입으로 국가 부채를 갚겠다. 무엇이 지켜졌을까.


"공장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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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가장 자주 꺼낸 말은 제조업 부흥이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해방의 날 이후 2026년 2월까지 제조업 일자리는 8만 9,000개 감소했다. 월평균 9,000개꼴이다. 약속과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관세는 완성품에만 붙는 게 아니다. 제조업 부품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데, 이 부품에도 관세가 붙었다.


오리건주의 한 자전거 제조업체는 2025년 인력의 10%를 해고했다. 수입 부품을 쓰는 미국 제조업체 입장에서 관세는 보호막이 아니라 원가 압박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블루칼라 일자리는 해방의 날 이후 19만 개 줄었고, 이는 평균 규모 공장 2,800개가 문을 닫은 것과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가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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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취임 첫날 물가를 잡겠다고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연구에 따르면, 관세 시행 이후 청소용품·화장지 같은 생활용품 가격이 5%, 가구류가 8%, 의류가 14% 올랐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로 인한 중산층 가구의 연간 추가 부담을 가구당 1,700달러로 추산했다.


관세는 수입업체가 내는 세금이지만, 그 비용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다. 카토연구소는 관세 비용의 최대 96%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외국이 낸다"고 말한 청구서는, 실제로 미국인의 장바구니에서 나오고 있었다. 물가 상승의 흔적은 수치에도 남는다. 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2025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가 아니라 2.24%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 2%에 근접한 수준이다.


"무역적자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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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무역전쟁의 핵심 목표로 내건 건 무역적자 해소였다. 결과는 반대였다. 2025년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2% 더 늘어 1조 2,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무역적자(상품+서비스)는 9,015억 달러로 전년 대비 고작 0.2% 줄었다. 트럼프 취임 직전인 2024년과 사실상 같은 수치다.


구조적으로 적자가 줄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중국산 수입을 줄였지만, 대신 베트남·멕시코로 공급처를 바꿨다. 적자의 출처만 이동했을 뿐, 총량은 줄지 않았다. 중국의 대미 무역적자는 줄었지만, 베트남과의 적자는 오히려 늘었다. 뚫린 구멍을 다른 구멍으로 막은 셈이다.


"수조 달러를 벌어 부채를 갚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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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엄청난 세수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과 달랐다. 2025년 한 해 관세 수입 총액은 2,640억 달러였다. 트럼프가 말한 '수조 달러'와는 거리가 있다. 같은 해 국채 이자 비용만 1조 2,200억 달러였으니, 관세 수입으로는 이자도 감당이 안 된다. 부채는 줄기는커녕 계속 늘었다.


트럼프가 서명한 감세 법안이 향후 10년간 부채를 4조 1,000억 달러 더 늘릴 것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수입으로 부채를 갚겠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산술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가구는 가구당 1,700달러를 더 부담했다. 정부 금고로 들어간 것보다, 소비자 지갑에서 나간 것이 더 많았다.


2026년 2월,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법령이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해방의 날 관세는 법적 근거를 잃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즉각 다른 법 조항을 꺼냈다. 관세는 형태를 바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무역적자와 제조업 공동화가 관세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왔다. 무역적자는 관세가 아니라 저축률과 투자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공장들은 법령이 바뀐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트럼프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트럼프의 관세는 처음부터 경제 정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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