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하고 싶었던 말

4/1일,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분석

by 사실은요
image.png 출처: 연합뉴스

작전명 '에픽 퓨리(Epic Fury)'. 우리말로 '웅장한 분노'다.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걸프전 '데저트 스톰'과 비교해보면 '분노'라는 감정을 전면에 내건 이번 작전명은 이례적이다. 어찌보면 작전명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생방송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20분짜리 연설이었다. 전황 보고이기도 했고, 정치적 선언이기도 했다. 그 20분 동안 트럼프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뤄냈다."

트럼프는 2월 28일 개전 당일 이란 국민들을 향해 "우리가 끝내면, 여러분의 정부를 접수해라. 수십 년 만의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내부의 봉기를 직접적으로 촉구하는 발언이었다. 그래야만 이 공습을 정당화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말이 바뀌었다.


4월 1일, 트럼프는 "우리는 레짐 체인지를 목표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모두 죽으면서 레짐 체인지가 됐다"고 했다. 목표가 아니었는데 달성했다는 구조다. 왜 이렇게 말했을까?


트럼프가 원하던 바와 달리, 이란 국민의 봉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은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선택했고, 정권은 연속성을 유지했다. 목표가 실현되지 않자, 그 목표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얘기한 것이다.


"석유가 필요한 나라들이 직접 호르무즈를 지켜라"

트럼프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동 석유가 필요 없다. 석유가 필요한 나라들이 직접 호르무즈로 가서 지켜라. 미국 석유를 사라."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에너지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향을 공개적으로 말한 건 처음이다. 한국 입장에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장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매일 전날 한 말과 반대되는 말을 해서는 진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연설 당일 오찬 자리에서 "한국이 하면 된다. 거기 우리 병사 4만 5천 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직접적인 압박 수위를 높였다.


"2~3주 안에 극도로 강하게 타격해,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

이날 트럼프는 "모든 군사 목표를 곧 완수할 것"이라며 전쟁이 종전에 가깝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2~3주 안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의 공습보다 더 강력하게 이란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CNN은 미국이 내부적으로 무조건 항복이 아닌 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설과는 달리, 지금 트럼프에게는 출구가 필요하다. 갤런당 4달러를 넘은 가스값과 35%로 떨어진 지지율은,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


33일 전 트럼프가 선언한 전쟁의 언어와, 33일이 지난 뒤 그가 선택한 언어는 달라졌다. 어떤 목표는 사라졌고, 어떤 말은 새로 생겼다. 그 20분짜리 연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사실 연설 안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것들이, 말해지지 않은 것들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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