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침체되고, 물가는 오른다

OECD,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by 사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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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전망이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내렸고, 물가 전망은 1.8%에서 2.7%로 올렸다. 성장률은 꺾이고, 물가는 오른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찾아오는 상황. OECD는 그 원인으로 중동 분쟁을 꼽았다. 한국처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생산 활동에 직접 타격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숫자를 뜯어보면 한국이 왜 유독 이번 전쟁에 영향을 받는지가 보인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다. 그 중 원유의 70.7%, 나프타(석유화학 원료)의 82.8%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는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고, 휘발유 값이 오르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의약품 원료로 쓰인다. 유가가 오르면 공장에서부터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한국 제조업의 최종에너지 소비 비중은 52.4%로, 미국(24.1%)이나 독일(33.9%)보다 훨씬 높다. 에너지가 흔들리면 생산 전반이 흔들리는 구조다.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일본 역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지만 이번 OECD 전망에서 일본의 성장률은 0.9%로 그대로였다. 한국만 내려갔다. 차이는 구조에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왔다.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고, 원유 중동 의존도는 2년 연속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급하게 전략비축유 방출과 수입선 다변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현장에 도달한 유가 충격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체감 지표는 진작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112.1)보다 5.1포인트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사람들의 감각이 통계보다 먼저 반응한 것이다. 통화 가치 약세폭도 이 시기 주요국 중 가장 크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 조합이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가장 어려운 형태라는 데 있다. 성장을 살리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고,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두 목표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다른 쪽이 나빠지는 구조다.


OECD의 전망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망이 틀리더라도 에너지 수입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외부 충격이 올 때마다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놓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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