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체성이 4년마다 바뀐다

by 사실은요

고양시에는 고양고양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시청 직원 한 명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져 SNS 팔로워 10만을 넘긴 고양시의 마스코트. 기업들은 고양시에 매장을 열 때 고양이 마케팅을 진행했고, 고양시 하면 고양이가 떠오를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2023년, 단체장의 당적이 바뀌면서 고양고양이는 지워졌다. 시청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졌고, 조형물도 치워졌다. 시가 내세운 이유는 "캐릭터에만 관심이 쏠려 시 행정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우린 어렴풋이 알고 있다. 전형적인 '전임자 치적 지우기'라는 것을.


고양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민선8기 출범 이후 단체장 정당이 바뀐 시·군 10곳이 같은 방식으로 CI와 마스코트를 바꿨다. 세금을 쓰면서까지 바꿔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치적을 남기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image.png 출처: 대구신문

4년이라는 임기 내에 본인의 치적을 남기려는 '세우기'는 종종 흉물이 되기도 한다. 포항시가 2009년 공항 입구에 3억원을 들여 세운 조형물 '은빛풍어'가 그랬다. 꽁치 꼬리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공항을 찾는 사람들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계속해서 주민 반대가 있었지만 기어이 세워졌고, 10년을 버티다 철거됐다. 세금은 이렇게 쓰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4년이다. 4년 안에 성과를 내서 연임을 하기 위해 단체장들은 '변화 남기기'에 치중한다. 10년 뒤 지역 인구가 어떻게 될지, 15년 뒤 이 도시가 무엇으로 먹고살지를 설계하는 일은 당장 드러나지 않으니 뒷전이다. 시장이 바뀌고, 구청장이 바뀌어도 내 삶은 바뀌지 않는 이유다.


고양시를 대표했던 고양고양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었다. 처음에 작게 시작한 캐릭터가 시민의 반응을 얻고, 기업들이 호응하고 시를 대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한 도시가 특정 이미지를 갖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4년마다 바뀌는 슬로건과 CI, 마스코트는 결국 지역 정체성을 흐트러트리는 역할만 한다.


민선 9기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도 고양시엔 고양고양이를 돌려달라는 요청이 올라온다고 한다. 시민들이 그 캐릭터를 그리워하는 건 귀여운 마스코트 하나를 잃어서가 아니다. 10년 넘게 쌓아온 '고양시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체성은 슬로건 하나, 마스코트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쌓이고, 사람들이 기억하고, 외지에서도 알아볼 때 비로소 생긴다. 4년마다 리셋되는 도시의 정체성은 없다.



매주 월요일, 이런 이슈 4개를 더 짧게 정리해서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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