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안 되는 공간에서 사람이 죽었다

아리셀부터 안전공업까지, 반복되는 참사의 구조

by 사실은요
image.png 출처: 뉴스원

또 불이 났고, 또 사람이 죽었다.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에서 불이 났다.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9명이 집중 발견된 헬스장은 원래 있으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 도면에도, 대장에도 없는 '유령 공간'이었다. 주차장 경사로 아래 생긴 자투리 공간을 회사가 임의로 개조해 사용했다.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쪽잠을 자고 휴식을 취했다. 점심시간에 발생한 이번 화재가 더 많은 사상자를 낳은 이유였다.


화재가 난 이 건물은 1996년에 지어진 이후 2014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증축됐다. 마지막 소방 자체 점검은 지난해 10월. 점검은 민간업체가 한 뒤 소방서에 통보하는 구조다. 이 점검은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는 거지, 건물 구조나 불법 증축 여부는 대상이 아니다. 건물 구조를 담당하는 건축 부서는 실제로 그 공간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보지 않는다. 건축법상 사용승인 이후, 그 공간이 도면대로 쓰이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의무 점검 제도는 없다. 불법 공간은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야 그때서야 들여다본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는 한, 30년이 지나든, 50년이 지나든, 아무도 모른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틀리지 않았다.

지난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다.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납기일을 맞추려 비숙련 노동자들을 충분한 안전교육도 없이 위험한 공정에 투입했고, 폭발이 시작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골든타임은 37초였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사측은 사고 한 달 전부터 발열 전지를 인지하고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예측 불가능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고된 일이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리셀 화재 이후 소방서장은 전국 공장에 대해 리튬 배터리 긴급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그뿐이었다.

이번 화재 이후 정부는 불법 증축 구조와 사용 현황에 대한 점검을 할 것이다. 그뿐일 테다.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고된 일." 이 말은 아리셀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반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구조다. 사고가 나야 점검하고,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구조. 그 구조 안에서, 다음 불은 이미 어딘가에서 타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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