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바구니 Oct 04. 2021

두서없는 독서의 흔적 1

2021년 늦봄~늦여름  

브런치에 '북리뷰' 비슷한 것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다소 의외이겠지만... 책을 읽은 기록을 좀처럼 따로 남기지 않는 편이다. 블로그나 SNS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염탐은 꾸준히 한다), 독서일기 혹은 일기에 책 읽은 이야기를 쓴 지는 거의 10년이 넘었다. 


브런치에 책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1)업무상 관심을 갖고 본 책들을 한 데 정리해놓을 필요성을 느껴서 2)업무상 글이라는 것을 쓰지만, 개인적인 글을 다시 쓰고 싶어졌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였다. 첫번째도 업무, 두번째도 업무와 관련이 있으니, 역시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인증한 셈인가... 언젠가 브런치로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용기도 나지 않고 조심스럽기도 해서 현실 세계의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브런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석달 넘게 브런치에 한 편의 포스팅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그 사이 책은 꾸준히 읽었다. 업무와 관계된 분야의 책도 읽었지만 그렇지 않고 순전히 재미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감사하게도 동네의 시립, 구립 도서관에 더해서, 업무상 이용할 수 있는 자료실까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빌릴 수 있는 곳들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책을 가까이하며 몇 개월을 보냈다. 


이제는 틈틈이 그렇게 읽은 책들도 모아서 짧게 리스트를 남기고, 아주 짧은 감상도 덧붙이기로 한다. 


순서대로 배열했다.



<전국축제자랑> 김혼비, 박태하 저. 입담좋은 부부 작가가 전국 지방의 축제들을 탐방한 뒤에 풀어낸 책이다. 업무상 만났지만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게 된 분이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됐다. 책을 펼치자마자 배꼽잡고 웃느라 혼쭐이 났다. 지방자치제와 관광객 유치 경쟁으로 달아오른 K축제 현장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면서, 축제를 넘어서 'K스러움'에 관해서까지도 일반론을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저. 비트코인에 빠져든 30대 여자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낸 책, 이라고 적고보니 소설의 상큼함이 조금 퇴색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어쩌다보니 작가의 전작을 모두 읽었는데, 작가가 시대의 키워드 내지는 코드(시대정신과는 다르다)를 잘 집어내서 솜씨있게 요리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초격차> 권오현 저. 자기계발서, 경영서와 지구 반대편 만큼 멀리 있지만, 가끔은 읽는다. 사실은 반도체 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읽었는데(업무상 반도체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져서), 그보다는 조직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책이었다. 몇 군데는 인상적이어서 메모를 해 두기도 했다.


두 권의 소설을 여름 휴가 기간과 그 직후에 읽었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여름 휴가 기간에 책을 읽기란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욱 쉽지 않지만, 휴가 마지막날 무리했더니 그래도 읽어낼 수 있었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저. 우연히 출판사 문학동네의 인스타그램에서 세계문학 5종(6종인가?) 리커버판 출간 소식을 보고, 홀린 듯이 샀다. 원서로도 절반쯤 읽은 적이 있고, 영화도 본 적이 있지만 이제야 소설을 이틀 동안 완독하다니... 예상대로 소설이 쓰여진 시기와 지금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졌지만, 놀랍도록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밝은 밤> 최은영 저. <쇼코의 미소> 시절부터 좋아했고, 응원해온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서 망설임 없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었다. 증조할머니에서 할머니, 할머니에서 어머니, 손녀로 이어지는 서사의 짜임새와 군데군데 느껴지는 작가의 심지와 관점이 좋았다. 다만 단편과 비슷한 호흡과 밀도로 쓰여 있어서 장편으로서 대하기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올해의 소설 중 하나로 꼽을 가치가 있다.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편이다. 위의 세 권은 모두 나름 화제가 된 에세이들이다. 

<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저. 결혼 20년을 맞아 독립출판 방식으로 펴낸 책이라고 한다. 에세이스트로 단련된 저자가 나름대로 결혼생활을 기념하는 방식이었겠다 싶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임경선, 요조 저. 친분이 두터운 두 여성이 편지를 주고받은 것을 묶어냈다. 야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실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술술 읽힐 만큼 재미있고, 또 이들의 우정과 연대가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물론 두 명의 여성 작가가 서신을 주고받는 형태의 책이라고 하면 내게 베스트는 단연 조혜정 선생님과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경계에서 말한다> 이지만.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재민 저. 이 책과 저자(판사였으나 현재는 퇴직후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에 대해서는 익히 접했으나, 옆자리 동료가(지금은 연수를 떠났다) 읽는 것을 보고 뒤늦게 찾아보았다. 글재주 있는 판사들이 이렇게나 여러 명이고, 소설도 썼다고 하니, 나도 글을 써봐야겠다는 그런 약간의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 이해에 꼭 필요하고, 때로는 불완전한 관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