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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Oct 09. 2020

 '공정경제 3 법'과 '자본소득 과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200여 년 간의 프랑스 소득자료와 유럽과 미국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본소득 비율의 변화 추이와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해 냈다.  피케티는 < 자본소득 비율(β) = 자본/ 소득비율>을 통해  전체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 비율(β)이 올라갈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국민소득 차원에서 부동산이나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자본소득이  생산과 서비스 등의 노동으로 얻는 수익의 비율보다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돈이 돈을 버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를 통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이 결과 세습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자본주의 질서유지의 핵심인 근면성실을 통한 자수성가의 성공신화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불평등의 시대
피케티가  밝혀낸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소위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라 일컫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자유주의 자본주의가 가장 번성하던 시대이다. 이 시기 미국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의 몫이 50% 까지 차지하였다. 이러한 극심한 불평등은 자본주의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반전되었다. 제국주의 확산으로 벌어진 <1차 세계 대전>과  과잉생산의 결과가 가져온 <대공황>을 거치며  각국은 戰費마련을 위해 부자증세인  ‘누진세 도입’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 ‘뉴딜’ 정책,  빈민구제를 위한 사회안전망인 ‘복지제도’의 도입 등의 적극적인 국가 개입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1940년대~1970년대 사이에 미국 상위 10%의 소득 몫이 30%대로 떨어지며 불평등이 완화되었다. 이 시기 미국의 분배, 고용, 성장률은 최고에 다다른다.

트럼프 경기부양 협상 중단
하지만 1980년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등 보수주의자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며 또다시 ‘불평등의 시대’가 도래한다. 작은 정부, 부자감세, 규제완화, 친기업-반노조라는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경제의 불평등 비율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하여 현재는 20세기 초반의 극단적 상황으로 다시 유턴이 되어버린 국면이다. 결국 자본소득 극대화를 통한 불평등으로의 회귀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라는 지구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고  우리는 아직도 그 여진에 흔들리며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코로나 치료 후 백악관으로 돌아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업무복귀 하루 만에 민주당과 진행 중이던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국가의 재정투입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대선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경제 3 법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경제 3 법’이 시끄럽다.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재계와 보수언론은 “고용유지와 경기회복을 해야 할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기업의 경영권을 흔드는 경제 규제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내용을 보니 경영권과 하등 상관이 없어 보인다.   첫째, 이사회의 감사위원을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여 감사권을 대주주로부터 독립.  둘째, 공정위원회만  가지고 있던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기업에 대한 검찰 고발권을 국민 누구든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셋째,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비상장 회사를 막론하고 20%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가진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원천 금지 등이다.

자본소득 과세 강화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주식 양도세 부과대상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 원에서 3억 원 보유로 낮추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방안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여당이 2년 유예를 공식화하고 나섰고 야당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 도대체 종목 당 3억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의 자본소득에 대해 세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인 미국의 트럼프와 한국의 재벌들, 그리고 고액의 자본 소득자들은  지금의  코로나 위기가 지구적인 자본의 탐욕과 욕망의 결과이며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가 극심한 불평등과 차별에서 배태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공정경제 3 법’을 반대하는 재계와 이참에 ‘노동법’을  개악하자는 야당의 작태를 보니 오히려 그 책임을 약자에게 전가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  큰손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며 '자본소득 과세'를 주저하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피케티가 말한 '불평등'한 21세기 자본주의가 불러올 파국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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