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있음'으로 받는 위로
詩 한 편 그리고 단상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나희덕, '산속에서' -
(시를 읽고 깊이 공감하다가 언젠가 마음 한 편에 써 놓은 글을 꺼내봅니다.)
먼 옛날, 밤새 고열에 시달리면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날이 밝으면 통증도 사라질 것 같아서. 그런데 그 새벽에 아직 어둠 속에서 교회의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종교를 떠나 누군가가 일찍 일어나 울렸던 종소리. 정말 거짓말처럼 아픔이 싹 가시고 평화롭게 잠들었던 기억.
그때처럼 드물게 아주 이른 새벽이나 아주 늦은 밤에 온 세상에 혼자인 듯한 그런 시각에, 문득 내다본 창 밖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어떤 한 사람을 본다. 희한하게도 홀로 걸어가는 그 사람을 보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혼자 걸어가는 그는,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이지만 우리가 서로 보는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니 우리라고 말하기에는 그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건 어떤 이유일까.
그 이유는 알 수 없겠으나 어느 날 그 어느 새벽길 혹은 밤길에서 내가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될 수는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