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 분노 잘 다스리기.
이 이야기는 "군주는 일시적 분노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는 일시적 원한으로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다. 양현감은 한순간의 분노를 자제하지 못해 홍농성 포위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결국 스스로 패망의 길에 들어섰다.
몇 안 되는 나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감정을 잘 숨긴다는 것이다. 특히 분노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가 있지만 잘 숨긴다. 분노가 전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분노의 소용돌이가 가슴을 휘저을 때가 있지만 산들바람의 세기로 표출한다. 덕분에 그동안 사람들과의 갈등의 위기를 이리저리 잘 피할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본다면 분노의 흑역사가 지금의 성향을 더 굳어지게한 것 같다. 평소 나답지 않게 분노를 표출했다가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진 일. 순간 어둡게 변한 기분 탓에 날카롭게 쏟아낸 말로 친해지고 싶던 사람과의 인연이 그릇된 일.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울 때가 있다.
'그때 좀 참을 걸.'
분노 뒤에는 후회가 밀려왔다. 후회의 대상이 내 옆에 있다면 노력으로 반의 반이라도 되돌려보겠지만, 대부분은 이미 나를 떠나버린 뒤여서 어찌할 수가 없다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한다. 좋은 방향으로 바뀔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할 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관과 기준이 더욱 또렷해졌다. 기다 아니다가 확실해지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타협의 틈이 좁아졌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변화를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릴 적 우유부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말에 생각이 이리저리 휩쓸렸다. 생각과 주관이 뚜렷해져서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모습이 마냥 멋있지만은 않다. 나와 다른 생각이 내 마음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려 할 때 그 틈이 너무 좁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 그때 튕겨나온 이질적인 생각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분노로 치환 된다.
"왜 저렇게 행동을 하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하는 게 맞아?"
속에서 소용돌이가 친다.
아! 이것이 꼰대의 시작인건가?
나의 기준과 저 멀리 떨어진 젊은이들을 생각과 행동을, 단단해서 결코 쉽게 부러지지 않는 잣대로 재단하여 조금이라도 틀에 벗어나는 젊은 것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고 못마땅해하는 어른. 어쩌면 그 꼰대의 시작이 현재 이따끔 솟아오르는 분노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나이가 더 들면 투지와 의지가 많이 꺾인다고 하니, 몸쓸 분노도 함께 꺾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적당히 에너지가 남아 있는 상태고, 색깔은 점점 뚜렷해지는 중이다. 분노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니 더해진 분노만큼 지혜로워져야 한다. 잘 다스려야 한다. 분노는 생길 수 있지만 말과 행동에 섞여 나오지 않게 잘 단속해야 한다.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게 분노라는 감정이다.
어릴 적의 분노는 앗아가는 것도 적고, 나이 덕택에 젊음의 패기와 한 때의 치기라며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약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의 분노는 앗아가는 게 많고, 나이를 헛으로 먹은 사람으로 치부되어 폄하되고, 한 명의 인생을 바싹 초라하게 한다.
물론,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분노를 해야한다. 적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뒤 감정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있겠다.
분노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