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승아에게

by 칠리체리





승아가 슬픈 이야기를 쏟아내면

승아의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말들이 자꾸 사라진다.


언어가 사라지고 소리가 사라지고

남아있는 것은 글썽거리는 두 개의 빛.




‘너는 어쩌면 슬픔조차 찬란할까’


표현이 잔인했지만

승아는 그랬다.

찬란하게

시간을 버텨 내고 있었다.


그런 승아에게

‘너에게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옮길 수조차 없었다.


얄팍한 언어로, 언어의 홀림으로



승아를 위로할 수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슬펐고 분노에 넘쳐 있고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상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왜 자꾸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야만

죄책감이 덜 하는지

화가 났다



사람이 언어보다 더 찬란할 수 있다는 것을

승아는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 앞에서 위로의 말을

줍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입을 닫았다.



아름다운 사람들 앞에서

글은 무용하다


예술은

사람에

앞서지 못한다.





아름다운 사람들 앞에서는

오늘 밤

세상조차

부끄럽다.

눈 감는 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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