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박제시키는 사회

에폭시, 우레탄에 갇힌 사람들

by 칠리체리


끝없이 산만해지는 생각과 가치의 외연들이 자꾸만 보편성(좋아하는 개념이 결코 아니다)에서 벗어난다.


어둑해지는 시간이 되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불안해진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설명하기 힘든 기시감들이 몰려오고 글도 생각도 집착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간은 나에게는 유독 잔인한 달이다. 이것이 어떠한 불수의 기억으로 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 달은 끊임없이 나를 낙오자, 실패자로 낙인찍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불안과 분노와 포기. 조립될 수 없는 파편들을 억지로 맞춰가며 답을 찾아내려는 시도조차 무의미하다. 의미를 부여하려는 애씀은 시도를 넘어 안쓰러울 정도의 살아냄이 되고 있다.

결핍과 소외가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구축하는 세상 속에서 만들어져 버린 존재인 나.

그 속에서 꾸역꾸역 형성되었던 내 자아와 존재를 이제 와서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언덕에서 누군가들은 시절을 품고 포기해 버린다.



‘박탈, 소외, 결핍’ 그것은 이상한 세계에 속한 단어들로 구분되고 ‘공동체, 참여, 연대’가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이 이상한 사회에서 나는 후자에 속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제법, 내 쪼대로 살아볼까 싶다.

그러니, 더 이상, 부디, 신조어들과 막연한 기준으로


그 자체로 살아내 왔고 견뎌왔던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들을 특정한 워딩으로, 틀에 박제시키는 차원으로 몰아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10. 가브리엘 천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