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의 정원』을 열며

눈으로 시작된 글쓰기

by Grace Hawa

『망막의 정원』 프롤로그

빛은 아주 조용히 사라졌다. 누군가는 그것을 노화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질병이라고 말했지만, 내게 그건 한 사람의 세계가 점점 닫히는 일이었다.

나는 망막 수술실 한편에 서 있었다. 집도의의 숨결에 맞춰, 손끝의 긴장에 맞춰, 한 사람의 마지막 시야를 지켜내는 일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빛을 잃어가던 눈, 두려움으로 흔들리는 눈, 그리고 끝내 세상을 다시 본 눈.

어느 날, 눈동자 하나를 지켜보다가 나는 문득 ‘글’을 보기 시작했다. 그 눈 안에는 고통도, 희망도, 침묵도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세상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망막의 정원』은 그 시간들의 기록이다. 이 책은 의학서가 아니라, 한 간호사가 보았던 인간의 존엄과 빛에 대한 이야기다.

눈을 통해 나는 ‘사람’을 보게 되었고, 그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쓰게 되었다.


이 눈이 Last Eye에요

“이 눈이 Last Eye에요.”

수술 전에 들은 한 마디. 이미 반대쪽 눈은 실명 상태. 남은 단 하나의 시야.

그 말 한마디에 수술실의 공기는 기도가 되었다.

집도의의 숨소리는 빛보다 조용했고, 그의 마음은 침묵보다 간절했다.

우리는 작은 안구 안에서 한 사람의 내일과 싸우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마지막 빛을 건네는 일. 그건 기술이 아니라, 경의였다.


Grace Hawa – 글로 살아가는 간호사의 서정

안녕하세요. 간호사이자 작가, Grace Hawa입니다.

저는 병원이라는 삶의 가장 내밀한 공간에서 빛과 어둠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안과 수술실에서 망막 수술을 보조하던 시간은 저에게 '눈'이라는 기관이 단지 시각이 아니라, 기억, 감정, 존엄, 그리고 존재의 서사라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저는 눈을 들여다보며 사람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글은 의학적인 언어가 아닌, 한 인간의 감각과 감정, 사유를 따라갑니다. 세상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조용히, 그러나 섬세하게 기록해 나가고 싶습니다.

『망막의 정원』은 그 시작입니다. 빛을 다루는 간호사였던 제가, 이제 마음의 빛을 글로 건네는 작가로 살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