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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 bird Apr 20. 2023

성형은 홧김에 하는게 아니다

feat. 경험담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K와 헤어지는 과정에 있던 그시절 

나는 내 인생의 그 시절을 할리우드시절 이라고 부르고 있다.

8년의 연애를 마치고나서도 우리는 2년을 더 같이 살았다.

2년차부터 동거였으니 8년을 연애했고 8년을 동거한 셈이다.


동거 6년차 K는 3번째 바람을 피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붙잡고자 노력했었다.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감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잡고싶었고 내가 조금 더 예뻐지면 잡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의 나는 살이 빠지면서 윗가슴이 점점 꺼지는 거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기때문에 가슴 수술을 생각했고,  10년 전에 내가 병원에서 근무할때까지만 해도 가슴수술은 무조건 전신마취로 했고, 병원에 따라서는 입원까지 요하는 큰 수술이었는데 요새는 기술이 좋아졌는지 수면마취로도 가능하고,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상담받은 그 날 바로 수술대에 눕기로 결정했다. 

아예 작정을 하고 갔기 때문에 금식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수술을 결정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고 몇몇 지인은 나를 말리기도 했지만 당시 나는 그런 소리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가을날 나는 충동적으로 당일예약으로 병원에 방문해 가슴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직후에 내 첫 기억은 '저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안될까요?' 였고, 병원이 끝날 시간이었기에 '이제 가셔야해요'라는 매정한 말과 함께 낑낑 대며 병원 밖으로 나와 주변에 있던 던킨도넛에서 K를 기다린 것이었다.

그 사이에 핸드폰을 보니 정말 가관이더라.

연락을 전혀 안하던 사람들에게도 나 가슴수술 했다 라고 광고를 그렇게 해놨더랬다.

수면마취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K는 조퇴를 하고 나를 데리러 왔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마다 내적 비명을 질러가며 집에 와서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수술 2일까지는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도 어느정도 버틸만 했고, 숨막힐듯 조여오는 서지컬브라만 아니라면 할만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근무도 했고, 가슴에 자극이 가지 않는 선 안에서는 어느정도의 일상생활도 가능했다.


3일차서부터 통증이 시작됐다.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할 정도로 가슴으로 통증이 몰려왔고 정말 비명을 지르면서 옆으로 굴려 일어났어야했다. 

가슴부터 복부까지 퉁퉁 부어 입던 옷들이 아주 타이트해질 정도였고, 가슴은 멍 투성이고 통증은 심하고 도대체 내가 이걸 왜 했을까 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나도 병원 근무자였지만 최소 2주는 회복기간이고 이런 큰 수술은 회복기간이 더 길기에 약먹고 몸의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출근길에 지하철이 덜컹 하기만 해도 정말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고, 누구랑 부딪히기라도 하면 내적 비명을 질러가며 그렇게 2주를 보냈던 것 같다. 


K와의 관계? 당연히 좋아졌을 리가 없다.

애당초 가슴확대를 해서 좋아질 관계였다면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겠지


수술 후 염증으로 인해 고생도 하고, 어색함이라던가 이런 모든 적응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말 수술에 대해 후회를 후회를 했었다.

내가 가슴수술을 하고나서 만족하기 시작한 건 최소 6개월 이후였던 것 같다.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하기에는 내 몸이 받아야할 데미지가 너무 컷고, 그로 인해 4키로정도가 추가적으로 빠졌으니


반대로 나도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있자면 홧김에 수술을 결정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남편에게 남자친구에게 외모 지적을 받아서, 혹은 상대방의 외도로, 혹은 이별로 인한 충격으로 


나 역시 경험했던 심리라 너무 잘 이해가 되고, 그런 경우 나는 환자를 말리는 편이다.

수술이라는건 어쨋던 비가역적인 경우가 많기에 신중한 결정이 중요한데 홧김에 수술하고 후회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봤다.


어찌보면 상대방이 외도를 한건 상대방의 잘못이고, 이별은 상대방과의 인연이 아니었음이며, 외모지적을 한다는건 그 사람의 됨됨이가 거기까지라는 것인데 왜 여자들은 그런 것에 자기 자신을 수술대 위로 내던져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수술은 간단히 미용실에 가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받고나면 우리 조직은 회복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최소 1~2개월까지는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더 흉측한 모습으로 지내야 할 수 있다. 

건강한 멘탈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고 우울해진다. 


병원에서 수술 후 환자에게 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가 바로 3~5일 차이다.

본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얼굴에 걱정되어 전화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중에는 의료사고라며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분들도 계신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그럴 때에는 정말 환자를 달래고 달래고, 정 안되면 병원으로 불러 큰 의미가 없는 주사치료나 붓기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1개월정도 지나면 그런 연락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하물며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이런 회복기를 겪게 된다면 그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더 극복이 어렵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얘기한다. 

수술을 받으실거라면 꼭 충분히 고민해보시라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상담실장은 아닐 수 있다. 매출을 내야할 실장이 환자를 만류하다니 

하지만 나는 내가 홧김에 수술한 뒤 큰 후회를 경험해보기도 했고, 최소한 나와 상담하셨던 환자분들이 더 행복해지셨으면 하기에 언제라도 본인의 마음이 힘들어 홧김에 수술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만류할 예정이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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