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by yuri

저작권이 없는 시대

르네상스 최고의 히트곡은 샹송 무장한 남자였다.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장한 병사를 두려워하라.
그들이 나타나는 곳마다
각자 무장을 하고 있으며
체인메일을 입고 있다.
무장한 병사를 두려워하라.

이 곡은 세속 음악(속세의 음악, 즉 대중가요)임에도 불구하고, 종교 음악에까지 자주 사용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기욤 뒤파이는 이 선율을 바탕으로 미사곡을 작곡하기도 했는데, 이를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aespa의 Next Level 선율을 활용해 미사곡을 만든 것이다. 요하네스 오케겜, 죠스캥 데 프레 등 당대 유명한 작곡가들 역시 이 선율을 기반으로 많은 곡을 남겼다.


이런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에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의 곡을 가져다 쓴다는 것은 그 작곡가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20명의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작곡에 매진했다. 아무리 히트곡이 많아도, 한 곡당 작곡료는 한 번만 지급됐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곡을 써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만든 곡을 변형하거나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악성(음악의 성인) 베토벤은 너무도 유명한 탓에, 새로운 악보집이 출간되면 유럽 곳곳에서 복사본이 돌아다녀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수익을 지키기 위해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 출판하는 전략을 고안해냈다.




저작권이 필요한 이유

1800년대, 프랑스의 한 카페 사장은 손님을 끌기 위해 배경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자신의 곡이 흘러나오는 이 카페를 작곡가가 직접 방문하게 되었는데, 카페 주인은 작곡가에게 허락을 구한 적도, 사용료를 지불한 적도 없었다. 이에 불쾌함을 느낀 작곡가는 계산하지 않고 가게를 나가버렸고, 결국 양측은 파리 법원에서 재판을 벌이게 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작곡가의 손을 들어주며, 저작권 보호의 정당성을 인정다.


바로크 시대(1600~1750)의 유명 작곡가 헨델은 오페라 작곡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히려 오페라 제작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의 곡이 널리 퍼져 많은 연주가 이루어졌지만, 저작권이 없었기에 수익은 연주자에게 돌아갔다. 헨델은 오페라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활동했지만 비싼 출연료를 받는 카스트라토(미성을 내는 거세한 남성 가수)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에 빠지게 된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지만, 불법 다운로드와 복제로 인해 제작사들은 여전히 수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와 동시에 유명 배우들의 출연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

AI 작곡 서비스인 Suno AI에게 “사랑”을 주제로 한 K-pop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단 몇 분 만에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2024년 4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의 주제곡 공모전 1위는 AI가 만든 곡이었다.

AI 그림 생성기 Midjourney는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으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3월 26일 ChatGPT가 업데이트다. 사진을 업로드한 후 지브리풍으로 그려달라고 하면 단 몇 분 만에 내 사진을 지브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려준다. 심지어 그림 속 배경, 인물의 자세 등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한때 창작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빠르게 그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단순한 보조 수준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자율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창작물을 너무 쉽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저작권의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저작권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AI가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양질의 저작권을 많이 확보한 플랫폼들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AI는 하나의 자료만을 참고하지 않는다. 여러 데이터를 조합하거나 짜깁기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저작권도 구독 서비스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는 사용자가 음악을 하나하나 다운로드해 보관하며 들었지만, 불법 다운로드의 확산으로 음원 사이트들은 스트리밍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스트리밍 사용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전달되고, 이들은 자체 규정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분배한다. 개별 음원 판매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손해를 줄일 수 있어 협회 입장에서도 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2023년 12월 27일,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 AI가 수백만 건의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AI 훈련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저작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저작권자가 승소하게 된다면, AI 훈련에 사용된 자료의 저작권료는 지불되어야 하며, 이는 결국 사용자에게 구독료 형태로 부과될 것이다.


AI로 창작물을 만들면서 해당 결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으면, 기본 구독료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을 인정받고 싶다면, AI가 학습한 원본 자료의 저작권을 소유한 플랫폼이 중개자 역할을 하고, 저작권 비율을 조율하고 수익을 분배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힙합은 샘플링(다른 곡의 일부분을 가져오는 기법)을 통해 곡을 만드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발매 전에 반드시 원곡 저작자와 수익 분배를 협의한다. AI 창작물도 이와 비슷하게, AI가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분석한 뒤, 저작권 비율을 산정하고 수익을 분배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자와 연필로 한 글자씩 정성스레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훨씬 빠르게 수정하고 완성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창작은 인공지능 없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너무 빠르고 값싸게, 그리고 정확하게 원하는 결과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배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