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이 뭐라고

by yuri

엄마의 편지, 첫번 째 장


사랑하는 딸에게,


사람들은 직장에 들어가는 이유를 물으면, 늘 비슷한 대답을 하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자아실현을 위해서."

틀린 말은 아니야.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고. 하지만 엄마의 경우는 조금 달랐단다.


엄마는 친구가 아주 없던 건 아니지만, 남들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는 편은 아니었지. 그래서인지 친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고, 마음속엔 쓸데없는 걱정이 가득했어.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기도 한데, 아직 연애도 결혼도 한참 먼 시절인데도 이런 상상을 했단다.


'결혼식을 할 때, 신부 쪽 하객이 너무 적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 어떻게 하지?'


돌아보면 참 철없는 고민이었지. 하지만 어린 마음에는 그게 정말 진지했어. 남들의 시선 속에서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거든. 그때 외할아버지가 해주신 한마디가 엄마의 길을 바꿔 놓았지.


“직장에 들어가면, 직장 사람들이 하객으로 와줄 테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주 짧은 말이었지만, 그 순간 엄마는 묘하게 안도했단다. "아, 그렇구나. 직장에 들어가면 되겠구나." 단순한 해결책 같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목표가 되었어. 친구들이 '자아실현'이니 '꿈'이니 하는 거창한 목표를 쫓아 유학을 가거나 연주자 생활을 고민할 때, 엄마는 묵묵히 취업을 준비했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화려한 이유들과는 너무 동떨어진, 아주 소박하고 우스운 이유였어. 하객 걱정 때문에 인생의 방향을 정했다니. 엄마 스스로도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엄마에겐 진심이었어. 그때의 엄마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였으니까.


시간이 흘러 엄마가 결혼을 준비할 무렵, 인터넷 카페에서 ‘결혼식 하객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종종 보게 되었어. 그때 깨달았지. '아, 이런 걱정을 나만 한 게 아니구나.' 사람들 마음속에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갈망이 있구나. 심지어 엄마와 함께 일하던 선생님도 자기 쪽 하객이 적을까 봐 고민을 하더라. 그때 엄마는 마음 한구석에 숨겨 두었던 불안이 사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단다. 그제야 비로소 부끄러워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지.


드디어 맞이한 결혼식 날. 현실은 엄마가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결혼식장에서 엄마의 직장은 아빠 직장보다 훨씬 멀리 있었기에, 엄마 쪽 하객들은 많이 오지 못했어. 결혼식장 한쪽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지. 결국 아빠 쪽 하객들이 자리를 나눠 앉아 빈자리를 메워주셨단다. 상상했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졌으니 불안하지 않았냐고? 그렇지 않았어. 결혼식 당일은 너무 바빠서 하객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든.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유행할 때 결혼식을 해서 하객들을 많이 초대할 수도 없었단다. 엄마의 오랜 고민이 허무하게 해결되는 순간이었지.


엄마가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를 너에게 꺼내는 이유는 단순해.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너무 앞당겨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미래의 그림자를 마음속으로 끌어오곤 해.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면 어쩌지?"

"남들만큼 잘하지 못하면?"

이런 물음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지. 그 불안 때문에 우리는 시야를 잃고, 눈앞의 작은 것에만 매달리게 돼. 장기적인 꿈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선택하게 되고, 가슴은 점점 더 조급해지지.


엄마도 수많은 걱정 속에서 살았지만, 결국 그 걱정들이 현실로 나타난 경우는 거의 없었어. 오히려 지나고 보니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태반이었지. 그래서 엄마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단다. 인생의 많은 순간은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걱정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네가 살아갈 세상이 엄마가 살았던 세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할 거라는 것을 알아. 너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엄마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꼭 기억해 줘. 혼자서만 끙끙대지 말고, 너의 두려움과 불안을 엄마에게 말해 주렴.


세상은 때때로 너무 무겁고 벅차서 혼자 짊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털어놓는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네 손을 놓지 않을 사람이 바로 엄마란다.

그러니 미래를 미리 불안해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렴. 네가 오늘을 소중히 채워 나간다면, 너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빛날 거야. 설사 빛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그저 너 자신이 행복한 오늘을 보내면 된단다.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