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않는 마음

by yuri

엄마의 편지, 두번째 장


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은 어릴 적부터 참 욕심이 많았지.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다가도 앞서가는 친구를 보면 주저앉아 울었고, 다 함께 사진을 찍고 나면 "엄마, 제가 제일 귀여웠죠?" 하고 물어보곤 했어. 엄마는 그런 너의 모습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단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경쟁심이 혹시라도 너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


학교라는 울타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끊임없이 남과 경쟁하게 돼. 등수를 공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위치를 알고 싶어 하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야만 원하는 학교,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함께 더불어 사는 법보다는 남보다 앞서가는 법에 더 익숙해지고, 남보다 뒤처진 나를 보며 좌절하게 되는 것 같아.


하지만 말이야, 학교 다닐 때는 성적이 전부인 것 같고 직장에 다니면 직급이 전부인 것 같지만, 막상 그곳을 벗어나 보면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학교가 성적으로 줄을 세우니 인생의 전부가 공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에 나와 보면 다양한 재능으로 자신만의 색을 뽐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단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했잖아. 그래도 지금은 누구보다 빛나고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니.


여기서 한 가지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란다. 엄마가 우리 딸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부가 되었든 그 어떤 것이 되었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게 무엇이든 너의 모든 것을 바쳐서 열심히 해보라는 거야. 만약 아직 하고 싶은 게 없다면, 그때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고 말이야.


엄마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 만약 네가 의사가 되고 싶은데 성적이 되지 않으면 의대에 갈 수 없듯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갖추고 있으면 네가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지. 내 성적보다 위에 있는 곳은 가기 어려워도 낮춰서 가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거든. 그래서 성적은 네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단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공부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잘하는 거야. 그러니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공부 말고 다른 쪽에 재능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니 너무 낙담하지 마렴. 물론 네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정말 최선을 다해봐야 알 수 있어. 평소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지 않다가 시험 기간만 바짝 벼락치기 공부하고는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나 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아. 그건 핑계를 대는 것과 같단다. 핑계를 대는 건 그 순간만을 모면하게 해 줄 뿐 너의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리고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는 정말 온 힘을 다해 부딪혀봐야 해.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님도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니, 자신의 재능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겠지.


엄마가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중 가장 안타까운 학생은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로지 책상에만 앉아 있는 아이. 그 아이는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몇 점을 더 올려야 등수가 오를지, 저 아이보다 내가 뭘 못하는지만 고민하지. 항상 남과 비교하는데 자신의 에너지를 쓰다 보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짜증을 내거나 조급해지기 마련이야. 그렇게 되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어렵단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외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거지.


조금 늦더라도 괜찮아. 1년 안에 할 것을 2년 동안 하면 되는 거고, 2년도 부족하면 3년 안에 하면 돼. 조급한 마음은 남이 아닌 너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적이야. 그러니 부디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법이니까. 너의 속도에 맞춰, 너의 빛깔을 찾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단다.

사랑하는 딸아.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나무도 보고, 새도 보면서 여유롭게 즐겼으면 하구나. 여행은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란다. 여행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한 경험을 소중히 여기렴. 그러면 그 경험들이 너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목, 금 연재
이전 01화하객이 뭐라고